brunch

'안돼! 병'에 걸린 그대에게

by 부자백수
당신도 혹시 이런 날들을 보내고 있나요?


좋은 기회가 와도 "하지만..."이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면 "돈이 없어서", "전문가가 아니라서"라는 핑계가 머릿속을 채우는 날들. 학생이라면 시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책상 앞에 앉아만 있고, 부모라면 가족을 위한 책임감에 옴짝달싹 못 하고, 프리랜서라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지 않나요?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거운 자책감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날들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 병에 안돼! 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 모든 가능성 앞에서 "안돼!"라는 강력한 항체를 만들어 스스로를 공격하는, 고통스러운 자가면역질환 같은 것이지요. 이 병은 완벽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끊임없이 달려야만 한다는 현대인의 강박에서 비롯됩니다.


당신의 마음속 자동차


당신의 마음을 한 대의 자동차라고 상상해 봅시다. 당신은 지금 운전석에 앉아 한 발로는 액셀을, 다른 한 발로는 브레이크를 동시에 힘껏 밟고 있습니다.

액셀은 성공에 대한 갈망입니다. "인정받고 싶어",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해!"라는 강력한 동력이죠. 하지만 그 밑에는 "여기서 멈추면 끝장이야", "쉬면 도태될 거야"라는 낙오의 공포가 발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브레이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만약 잘못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비웃을 거야"라는 공포가 바퀴를 꽉 붙잡습니다.

이 교착상태에서 정신적 에너지는 엄청나게 소모되지만, 차는 1cm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녁이면 녹초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이 상태를 번아웃이라 부릅니다.


잘못된 네비게이션과 내면의 공모자들


왜 이런 위험한 운전을 하고 있을까요? 당신의 네비게이션, 즉 가치관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잘못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끝이다", "쉬는 것은 죄악이다"와 같은 차가운 믿음들이 당신을 막다른 길로 안내했습니다.

차 안에는 두 명의 공모자가 있습니다. 옆 좌석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속삭이는 부정적 이야기꾼과, 그 이야기에 비상벨을 울리는 과잉반응 경보기(편도체)가 있습니다. 이 둘 때문에 당신은 상상 속 공포를 현실로 착각하고,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게 됩니다.


가장 조용한 처방전: 엔진의 공회전을 믿어주세요


안돼! 병을 치료할 약은 무엇일까요? 더 강한 의지로 액셀을 밟는 것? 더 단단한 이성으로 브레이크를 잡는 것? 아닙니다. 처방전은 두 발을 페달에서 모두 떼어보는 것입니다.

두려우실 겁니다. "발을 떼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야!"라고 이야기꾼이 속삭이겠죠.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시동이 걸린 차에서 발을 떼면, 차는 드르르르... 하는 부드럽고 고요한 소리와 함께, 따뜻한 엔진의 진동 속에서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당신의 생명력이 가진 엔진의 공회전입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심장은 뛰고, 숨은 이어지고, 삶은 저절로 조금씩 굴러갑니다. 이 공회전을 신뢰하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됩니다. 과열된 엔진을 식히고, 닳아버린 브레이크를 쉬게 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은 망가진 시스템을 수리하는 위대한 순간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작은 용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이것이야말로 안돼! 병이 만들어낸 가장 큰 착각입니다. 치유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휴가가 아닙니다. 아주 작은 뜨거운 감정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용기입니다. 창밖 하늘을 올려다보는 3초, 따뜻한 차 한 잔을 음미하는 10초, 좋아하는 음악의 전주를 듣는 1분, 오늘 감사했던 한 가지를 떠올리는 15초. 그 순간만큼은 모든 의무와 불안을 내려놓고, 그저 존재함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작은 평화를 줄 수 있는 10초의 행동은 무엇일까요? 지금 바로 한번 시도해보세요.

이것은 결코 나약함이 아닙니다. 세상이 주입한 잘못된 믿음에 저항하고, 내면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는 가장 조용하고 위대한 용기입니다.


당신의 숨소리가 삶의 증거입니다


안돼! 병에 걸린 그대여, 이제 그만 애쓰셔도 괜찮습니다. 잠시 두 발을 페달에서 떼고, 당신의 존재가 가진 고유한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이 순간, 잠시 눈을 감고 당신의 숨소리를 느껴보세요. 그 고요하고 작은 소리야말로, 당신의 삶이 이미 스스로 굴러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당신이 애써 밀어붙이지 않아도, 삶은 당신을 싣고 아주 조금씩, 분명히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111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쁜 당신의 몸, 보조배터리 없인 버티지 못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