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과학교육은 무엇이 다른가?

지렁이 농장을 아시나요?

by 몽기

호주 과학 교육의 특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흥미’와 ‘현재 삶과의 연관성’을 우선 꼽을 수 있겠다. 호주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과학은 어렵고 지루한 과목이 아니다. 교과서 안에서 이론을 설명하는 만화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구체적인 실험 가이드에 따라 실험실이나 집에서 장기적으로 직접 실험을 하기도 한다. 좀 더 어렵고 복잡한 이론 등은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배우고 과학 박물관이나 도서관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탐구한다.


호주 학교는 종종 ‘과학의 밤(Science Night)’이란 행사를 연다. 학생들이 개인이나 팀을 이루어서 한 학기에 걸쳐 연구하고 실험한 결과들을 선생님과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이다. 마치 그림을 그려 미술 전시회를 열거나, 악기를 배워 음악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처럼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물들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장이다.

0152.JPG
0153.JPG
호주의 과학 교과서
0155.JPG
0154.JPG
0156.JPG
0157.JPG
0159.JPG
이 식물은 약일까? 독일까?

중학교 2학년 말콤은 ‘과학의 밤’ 과제물 준비로 요즘 한참 바쁘다. 과학 선생님과 의논해서 정한 몇 가지 화학 주제에 따라 이번 학기 동안 조사를 하고 실험을 했다.


1. 환경 안에서 화학과 연관된 문제들은?

2. 약품으로도 쓰이는 식물들은?

3. 화학으로부터 얻는 에너지

4. 화학으로 일어나는 색상의 변화


이들 위해 동네 공원에서 식물들을 채집해서 스크랩하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환경 관련 자료들을 찾아 정리했다.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분하는 색상 실험은 안내 책자를 따라 읽으며 집에서 형과 같이 했다. 식초 접시 화장지 등 대부분의 실험 재료들은 집안의 일상용품들이었다. 그는 이 과정과 결과들을 커다란 종이에 모아 붙이고 도표도 만들어 포스터로 제작할 계획이다. 학기말에 있을 ‘과학의 밤’ 행사에서 이런 실험 결과들을 전시하고 발표도 할 예정이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단다.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친구들이 던질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야 되어서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다.

0167.JPG
0173.JPG
0184.JPG

(얼마 전 지방자치 정부에서 3단 지렁이 농장 세트를 각 가정에 보급했다. 지렁이 농장은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검고 축축한 헝겊과 흙에 둘러싸여 지렁이가 사는 3층. 배설물(유기농 비료)이 떨어져 쌓이는 2층. 배설물에서 액즙이 따로 밑으로 흘러 분리되는 1층. 이 액즙은 효과가 매우 강해 물에 희석해서 야채에 뿌려준다. 나도 환경을 위해 지렁이 생태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케이트네 지렁이 농장이 성공하면 지렁이 일부를 분양받기로 했다.ㅎ )


초등학교 2학년 케이트는 요즘 지렁이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엄마가 하루 종일 부엌에서 모은 음식물 찌꺼기들을 들고 마당 뒤로 가 검은 플라스틱 상자(지렁이 농장) 안에 밀어 넣는다. 축축한 헝겊과 흙이 들어있는 상자 안에서 지렁이들은 이 음식물을 먹고 분해해서 비료를 배설한다. 지렁이가 배설한 흙은 정원의 야채를 키우는 옥토가 되고 지렁이 농장에서 흘러나온 흙즙은 천연비료가 된다. 케이트는 요즘 환경 문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Climate Change)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면서 ‘지렁이 농장’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천연 비료를 만드는 방법, 지렁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지렁이는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가? 등 그녀는 지렁이를 키우며 끝도 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엄마와 함께 여러 가지 실험과 조사를 하며 답을 찾고 있다. 호주 아이들에게 지렁이는 징그러운 존재가 아니다. 꼬불꼬불 귀엽고 사람과 환경에 도움을 주는 고맙고 꼭 필요한 생물이다. 아이들은 손바닥에 지렁이를 올려놓고 흥미롭게 움직임을 관찰하며 논다.


이 실험을 하면서 케이트는 도시락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려는 실천을 하게 됐고, 엄마의 집안일을 도와 음식물 쓰레기는 직접 들고나가 지렁이에게 먹이며, 뒷마당의 야채나 화초들에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엄마 앤지는 칭찬했다. 호주에서 과학 교육은 시험용 공식 암기가 아니라 일상적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생각을 거듭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흥미로운 학습인 것이다.




호주에는 각 주마다 학교 과학 과목 선생님들이 모이는 기관이 있어 학생들의 과학교육 방향을 제시한다. 사이언스 빅토리아 (www.sciencevictoria.com.au)의 경우를 보면 해마다 과학 재능자 찾기(Science Talent Search), 과학 드라마 대상(Science Drama Award)등 대회를 개최하여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학생들은 복잡한 원리나 이론도 드라마나 노래로 재미있게 구성하여 친구들과 공연을 하기고 하고, 나만의 발명품이나 실험과정을 독특하고 기발하면서도 핵심을 빠뜨리지 않게 전시하고 발표한다. 각 학교별로 열었던 ‘과학의 밤’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이런 큰 규모의 대회에서 모이기도 한다. 또 이 단체는 학습 부교재와 실험 자재 등 과학 교육에 유용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특정 주제의 과학 캠프나 세미나를 열어 교실 안에서 다하지 못하는 과학 교육의 깊이를 더해간다. (2011/6/16 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