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금광 마을 '소보린 힐' -동화 같은 풍경들

by 몽기

호주 빅토리아주 안에 있는 중소도시 발라렛은 100여 년 전 금광 개발과 함께 따라 들어온 사람들로 인해 형성된 마을이다. 지금은 채광이 끝난 그 언덕에 당시의 모습을 보존해 놓은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이란 민속촌이 들어서 있다. 유명 관광지답게 입장료가 만만치 않은데, 이날 마침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무료개장을 한다기에 겸사겸사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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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서 금 조각을 찾는 사람들. 금광 땅속 깊은 곳에서 파낸 흙더미들을 이곳에서 씻어 헹구며 금 조각을 찾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지금도 민속촌 측에서는 일정량의 금 조각을 물속에 풀어놓는 다는데, 나도 10여 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운 좋게 티끌만 한 금을 건진 적이 있다. 공짜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금을 찾겠다고 이리 열심이니, 황금을 향한 인간들의 열망이란 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듯하다.ㅎ

저 뒤로 보이는 움막촌은 당시 중국에서 이주해 온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곳이라는데, 이민 1세대의 거칠었던 삶의 흔적들이 이 지역 곳곳에 역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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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옛날 옷을 입고 캐럴 공연을 했다. 이곳엔 실제로 학생들이 단체로 캠프를 하며 옛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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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나서는 선생님과 아이들.

이건 5년 전쯤에 찍은 사진인데, 캠프를 온 아이들이 옛날 방식대로 수업을 받고 있고 관광객들은 이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지금의 교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당시엔 선생님이 매우 엄했고 체벌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고 호통을 치면 아이들이고 관광객이고 모두 입을 다물었고 도대체 이게 실제 상황인지 연기인지 헷갈려했다.^^

당시 내 아들은 겨우 걸음마를 뗏었는데, 이젠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이 사진도 어느새 역사 속의 어느 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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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거리의 가게 곳곳에선 옛날 방식대로 생산한 무언가를 옛날 옷을 입은 여인들이 팔고 있었는데, 가령 빵집에선 빵을 구워 팔고 양초 가게에선 양초를 만들어 팔고 하는 식이었다. 카페도 레스토랑도 성업 중이었고, 이곳 호텔에 실제로 숙박을 할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게마다 관련된 상품들을 팔았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고 줄이 긴지 쇼핑은 애당초 포기했다. 어슬렁 거리며 맘 편히 구경이나 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포목점의 여인.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인데 영업도 하고 자기들끼리 연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며 재미를 돋군다. 거리는 북적이고 가게는 복닥대고 정말 사람 사는 동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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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파이프 연주단의 공연. 옛날 군대들은 이런 악단을 앞에 세워 정신을 모았다. 양 창자에 바람을 넣었다 뺐다 하며 근엄하게 연주하는 이들. 놋쇠 쟁반이나 촛대를 만드는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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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 위를 먼지 내며 달리는 마차. 어쨌든 당시엔 이 동네에서 금이 쏟아져 어마어마한 금괴를 마차에 실어 내다 팔았고 외래 사람들은 금 노다지를 찾아 더 몰려들었으며 저마다 '유레카'를 외쳤고 한몫을 단단히 챙겼다고 한다.

수동 볼링장. 저쪽 끝에선 부지런히 핀을 세우고 이쪽 끝에선 나무공을 굴린다. 거친 노동을 하고 나서 무슨 힘이 남아돌아 이런 레저를 즐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레저나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재창조)이라는 것이 에너지가 남아 소진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 아니라, 남은 에너지를 다시 생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하는

노동 이외의 활동이라는 설명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 온종일 금을 캐느라 진을 빼다가도 여가 시간이 되면 또 모여서 이런 게임을 했던 건 아닌가 싶다. 흥청대는 연말연시에 우리는 어떤 레저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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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직업이나 소득에 따라 사는 형편이 많이 달랐다. 다양한 종류의 거주지엔 그에 맞는 가구나 살림살이들이 있었고 제각각의 거주민들이 뜨개질을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하며 생활상을 보여줬다.

좀 사는 듯한 집의 다이닝룸. 내가 아는 80대 노부부도 이곳에서 자원봉사로 옛날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일을 했는데, 옛 추억도 더듬을 수 있는 재미난 봉사가 아닌가 싶다. 아담하고 평화로운 교회가 마을 한가운데 있다. (2012/12/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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