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ottle Museum'
장을 다 보고 집에 가려는데 쨍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차를 돌려 잠시 드라이브를 하다가 클룬(Clune)이란 한적한 곳에 이르렀다. 멜번에서 북서쪽으로 두 시간 여쯤 떨어진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여행자 안내 센터가 마을 한가운데 있어 들렀더니 Old Bottle Museum이란 이름의 박물관과 입구가 연결되어 있었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만난 범상치 않은 박물관.
병이란 병은 죄다 모여 있었다.
술병 물병 꿀병 약병 우유병 향수병 기름병 소스병 잼병.................
모양도 기능도 색깔도 역사도 다양한 수천 가지의 유리병들.
도대체 누가 왜 이 많은 병들을 주워 모은 걸까?
자원봉사를 하는 안내 할머니는 예전에는 볼품없이 선반 위에 늘어놓는 정도였는데 지역 자치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말끔히 단장하고 한 달 전에 재개장한 것이라고 일러준다.
줄을 잘 선 건가..
주인을 제대로 만난 건가..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되어질 수도 고물로 버려질 수도 있는 하찮은 존재들이 한자리 당당하게 차지하고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관람객의 시선을 누린다.
수도 없는 작은 방방마다 저마다의 이유로 분류된 병들이 빼곡한데 알고 보니 이 건물은 예전에 학교였단다.
시골 폐교가 박물관으로 변신을 한 것이고 각각의 작은 방들은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이었던 게다.
하찮은 빈병도 수집가의 관심과 애정으로 가치를 덧입어 주인공으로 다시 인정을 받다니 대단하다. 내용물은 다 빠져버렸는데도 말이다. 하물며 인간이야......... 사랑으로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밝혀주는 관계가 되어야겠다. 한적한 마을에서 한가하게 오후를 보내며 사랑을 다지다. (2010/01/1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