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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Dec 14. 2021

호주, '장애인을 배려하는 방식'이 놀라워.

호주 사회가 소수자를 포용하는 이유

가끔 영화를 보러 가는 극장이 있는데, 한 번씩 홍보용 이메일을 보내온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메일의 내용이 새로워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무슨무슨 영화를 언제 상영하는데, 'Sensory Friendly Films'라는 것이다. 생소한 용어라 사전까지 찾아봤다. '센서리'란 한마디로 감각이나 지각을 말한다. '프랜들리'란 친화적, 우호적 이란 말인데, 환경친화적 같은 말을 할 때 흔하게 쓴다. 두 단어를 합해 해석하니 의미가 모호해졌는데, 그 밑에 한 줄을 더 읽고 이해를 하게 됐다. '자폐아 등 장애자를 위한 시간'이라는. 한마디로, 지각 장애가 있는 자들이 극장에 와서 편히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 세션을 마련했다는 소리였다.   

자폐아나 지각 장애자는 보통 사람들과 섞여 영화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수시로 소리를 질러대기도 하고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고 무언가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런 이들의 필요에 따라 극장 안에 조명도 켜놓고, 음향도 낮게 조절해 놓을 테니, 마음대로 일어서고 춤추고 소리 지르고 노래하며 영화를 보라는 것이다.   

집에서 넷플릭스로 혹은 다운 받아서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도 있겠지만, 이들도 보통 사람처럼 극장에 간다는 설렘을 느낄 권리가 있고,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팝콘을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한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극장 측에서는 큰맘 먹고 하는 이벤트겠지만, 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인가. 그냥 그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가 어릴 때, '아기와 엄마들을 위한 특별 세션'에 가서 맘 편하게 아기를 울리며 영화를 감상했던 기억도 난다. 영화를 봤다는 자체보다는 그곳에 모인 낯선 엄마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육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고, 누군가가 나의 고충을 이해해준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극장 측의 배려에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호주 사회는 어떻게 이런 소수자를 위한 기획을 잘하는 것일까? 그들이 더 똑똑하거나, 더 고급의 상술(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첫째, 장애자 단체(주로 뜻을 같이 하는 자원봉사자나 장애자의 가족 등이 주축인)들이 이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사회 안의 여러 분야에서 피 터지게 싸우기 때문이다. 세상엔 공짜가 없고, 복지도 돈만 있으면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계란으로 바위 깨기식의 험난한 투쟁을 시민 단체가 '지속적으로' 벌여오면서 하나씩 이루는 성과들도 보아야 한다. 풀뿌리처럼 사소한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낼 때, 그리고 그런 연약한 투쟁을 권력으로 짓밟지 않을 때, 사회는 발전하고 살만해지는 것이다.   

둘째,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는 장애아의 90%가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다. 장애아의 10%만이 특수학교를 다닌다. 일반학교 안에서 때에 따라 개인 보조교사의 도움을 추가로 받으며 공부하고 어울린다. 물론 그 장애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주변 학생이나 학교 커뮤니티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통합교육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사회는 별별 인간들이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어디로 격리시키고 내쫓는단 말인가? 선택의 여지없이 장애아와 섞여 교육받은 일반 아이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구의 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각별히 신경 써서 놀아줄 것도 없지만, 딱히 무시하고 놀리지도 않는다. 좋든 싫든 장애아와 같이 생활해 봤기에 사회에 나와서도 이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건 다양한 종류의 인간이 있기 마련인데, 어떤 이유로 소외와 격리를 하다 보면 남아있는 구성원마저도 늘 낙오에 대한 불안으로 떨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2014/03/1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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