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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Feb 07. 2022

호주, 플린더스 바닷가를 산책하며..

가오리와 젊은 낚시 커플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

코로나로 지친 이들을 위해 바닷가 사진 몇 장 올려본다.

이 날은 집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플린더스 바닷가를 산책했다. 쨍하지 않으면서 온화한 날씨였다. 바닷가로 나온 이들은 수영을 하기도 하고 요트나 딩기 배를 띄어 뱃놀이를 하거나 선착장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선은 완곡하고 바닷물은 잔잔했다. 썰물 때인지 드러난 갯벌 위엔 이런저런 해초와 이름 모를 생명체들도 여러 가지였다.

언덕 위에 차를 세우고 마을 안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와 달콤한 레몬 슬라이스를 먹으며 오후의 경치를 즐긴다.

언덕에서 바다로 내려오는 가파른 산책길은 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짧게 바로 내려올 수도 있고 길게 돌아오는 완만한 산책길도 있다.

선착장에서 낚시하는 어린 커플을 만났다. 통닭을 뜯어먹으며 서로 기대 누워 뭉기적대더니 입질이 왔나 보다. 뭔가 묵직한 것이 걸린 듯 남자는 낚싯대를 잘 통제하지 못한다. 그러자 여자가 스노클링 안경을 쓰고 거침없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주변인들도 뭐가 걸려 올라올지 궁금해서 같이 지켜보았다. 물밑을 살피던 여자는 별게 아니라고 사인을 보내며 낚싯대에 걸려든 무언가를 살뜰히 정리해주는 듯 한참을 물속에서 들락날락했다. 어린 여자의 용맹과 기백이 사랑스럽다. 잠시 세상만사 접어두고 한나절 둘만의 시간에 집중하는 젊은 커플이 예뻤다. 세상일에 관심을 접고 자기 인생에만 올인하는 청춘들도 갑갑하지만, 세상일만 한탄하며 자기의 소중한 인생을 충실히 즐기지 못하는 청춘들도 안타깝다.


나의 아들도 손발이 잘 맞고 마음도 잘 맞아 서로를 열심히 돕는 이성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할 만큼 내 나이가 들은 것인가 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옭겼다.

조금 걷다가 가오리(Sting Ray)를 만났다. 길이도 넓이도 1미터는 족히 넘는 대형 물고기였다. 보호종이라 낚시를 하면 안 된다. 그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아는지 유유자적 헤엄을 치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듯하다. 카톡으로 한국의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봤다. 바닷물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매직아이처럼 가오리 한 마리가 튀어나올 거라 말해줬더니 용케도 잘 찾아낸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작은 배들 사이로 가오리는 사라져 가고 나도 산책을 마무리한다.

잠시 느리게 흐르던 오후의 시간들이 좋았다. 세상엔 아직도 감사할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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