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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r 23. 2022

호주, 거리의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 전시회

뒷골목 축제에 가보니.

멜번 시 동쪽 끝자락에 있는 프랭스턴은 바닷가 언저리에 도심의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마을이다. 그런데도 기차역 주변으로 불량소년들이 모여들고 마약 중독자와 노숙자들이 자리를 잡아 범죄가 끊이지 않는 동네로 악명 높기도 하다.

그런 마을에서 야밤에 전시회를 열었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골목 곳곳에 그린 벽화들을 공개하고 가족들이 모여 즐길 수 있도록 으슥한 뒷골목에서 작은 축제도 벌인 것이다.

침침해서 발도 들이기 겁나는 골목인데, 반짝이는 조명을 따라 몇 발짝 들어서면 예상치 못했던 천연색의 다양한 벽화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유럽이나 서방 유명 대도시의 뒷골목들은 자유로운 영혼들이 제멋대로 낙서하고 그려내는 그라피티 (Graffity) 공해가 심각해 사회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리려는 자와 지우려는 자가 서로를 따라다니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과 세금 감정이 끝도 없이 새어나간다.

그런데 이 전시회는 프랭스턴 카운실에서 아예 이들에게 벽을 내주고 온 가족이 볼만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고 마을 사람들은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와 그림도 보고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춤도 추니 참 좋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90분 동안 걸으며 온 동네 벽화를 보는 무료 가이드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예약을 하려니 자리가 이미 다 찼다. 따로 골목을 구석구석 도는 일은 그래도 좀 두려웠고 (어둑하고 조용하니..) 메인 무대 주변을 중심으로 일부만 돌아보았다.

보름달이 뜬 초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남반구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들어올 일이 없었을 구석진 뒷골목은 오렌지 조명으로 따뜻했고 활기가 넘쳤다. 라이브 연주에 맞춰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보자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렸다는데 연례행사가 되어도 좋을 듯했다. 내년엔 좀 더 일찍 예약해서 가이드를 따라 온 동네 밤거리를 빠짐없이 걸어보고 싶다. 그림도 재미있고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려는 이 문화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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