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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Oct 10. 2022

싱가폴 먹자 야시장 '라우 파 셋'

싱가폴의 모든 로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

잠시 싱가폴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간만에 만나 로컬 음식을 먹자 했더니 이곳으로 안내했다. 한국에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이 있다면 싱가폴엔 '라우 파 셋'(Lau Pa Sat) 시장이 있다.

싱가폴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은 이곳에서 먹을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팔각 통로 양쪽에 늘어선 작은 식당들은 제각기 다른 메뉴들을 요리한다.

그러나 이곳이 단지 음식만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다. 유서 깊은 독특한 건축과 이야기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있는 19세기 싱가폴 재래시장이다. 팔각형의 빅토리안 스타일 건축물은 무쇠 구조물로 장식된 8개의 통로와 천장이 아름다워 밥을 먹기 전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내부의 통로를 하나씩 걸어보게 만든다. 인력거와 달구지가 오가던 이 지역은 1970년대에 개발 붐이 일면서 하늘을 찌르는 고층빌딩들로 뒤덮이게 되었는데, 용케도 이 시장은 몇 번씩 용도를 변경하면서도 본래의 모습을 지켜내며 오늘의 먹자 야시장이 되었단다. 

주말엔 주변 도로를 막아 교통을 통제하고 수백 개의 테이블을 도로 한복판에 세팅한 뒤 밤새도록 사때(땅콩소스를 바른 꼬치 바베큐)를 구워낸다. 후덥한 날씨와 진동하는 고기 굽는 냄새, 도로를 점거한 세계의 관광객들이 둘러앉아 왁자지껄 놀고먹는 풍경이 이곳의 매력이라 하겠다.

팔각지붕 위의 시계 종탑은 지금도 때마다 벨을 울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을 은은이 알려준다. 잽싸고 피곤한 잘난 빌딩 사이에서 '세월이 별거냐'며 다정한 위로를 품위 있게 해 준다. 밤은 깊어가고 사때는 입안에서 녹는데 옛 친구들과 나누는 옛날 옛적 이야기도 아날로그적 이곳 분위기와 썩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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