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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13. 2023

호주, 타렐 호수에서 소금을 캐다.

세상을 반사하는 거울 같은 호수 풍경이 아름다워.

아이의 방학을 맞아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멜번 시내에서 300여 킬로 북서쪽에 있는 Swanhill. 사람도 얼마 살지 않는 평범하고 외진 시골 마을인데 주변 대평원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호수가 흩어져 있고 야생 조류들이 많아 관심 있는 이들이 다른 일로 지나치다 잠시 들르는 정도인 듯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에겐 너무 좋았던 여행이었는데 오늘은 타렐 호수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

딱히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지만 마지막날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곳이었다. 2010년 중반부터 사진가들의 눈에 띄기 시작해 세상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라는데, 우리 가족도 이런저런 일로 주변을 돌다가 마지막날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한 시간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이미 며칠 동안 주변의 여러 야생 호수를 재미있게 돌아본지라 딱히 기대를 안 했는데, 이곳은 제법 관광지 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놀랐다. 안내문이며 조각작품 화장실까지도 깨끗이 정비되어 있었다.

허허벌판에 뜬금없이 나타난 이름.

이 호수는 겨울이면 물이 빠져 때로는 5센티에 불과할 만큼 깊이가 얕고 잔잔해 수평선을 두고 하늘을 그대로 반사하는 걸로 유명하다. 타렐이란 이름 자체도 이곳 원주민 언어로 '하늘'이란 뜻이란다.

게다가 내륙에 있는 호수임에도 미네랄로 똘똘 뭉친 핑크빛 소금을 만들어 낸다. 빅토리아주 최대의 소금호수란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소금 덩어리.

모래밭으로 밀려온 소금 덩어리.

호숫가의 모래들로 살펴보면 모래반 소금반이다.

하얀 결정체를 집어 맛을 보니 짜다.^^ 마을 상점에서 이 소금을 포장해 팔기도 한다.

석양 풍경이 일품이라는데 조금 일러 조용한 호숫가를 한가롭게 거닐었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반짝이는 햇볕이 투명한 물 위에 그대로 반사되었다. 일직선으로 뻗은 수평선이 올곧게 균형을 잡아서인가 마음이 안정된다.

하늘을 날던 새가 거울 위에 앉았다. 

해는 조금씩 기울고

하늘색이 변하면 물색이 변했다.

해가 기울면 물속의 해도 달려갔다.

물가의 썩은 고목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려나..

할 말을 잃은 우리는 제각각 침묵의 세계로 빠져갔다. 해가 넘어가도록 걷고 멈추고 멍 때리던 시간들.

모든 것이 가득했고 모든 것이 비워졌던 순간들.

빛과 소금으로 평화와 안식을 안겨준 타렐 호수에서의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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