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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Sep 13. 2024

한국 vs.  호주, 모유 수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아기와 엄마의 권리를 보호하기란?


국가비란 유튜버가 영국에선 공공장소에서도 모유수유가 가능하다는 경험을 나눠 큰 뉴스가 되는 것을 보았다. 그런 것이 아직 뉴스가 되는 것에 놀랐다. 근 20년 전 호주에서 아이를 키울 때 엄마들이 도서관이든 기차 안이든 어느 곳에서든 자연스럽게 모유 수유를 하는 문화가 낯설고도 좋다고 느껴 쓴 당시 글을 올려볼까 한다. 다소 낡은 감도 있지만 그 사이 한국 사회가 무엇이 변했는지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요즘 한국은 출산율 저하로 긴장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 여성의 만혼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전문가들이 간과하는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로 '애엄마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꼽고 싶다. 

자기 일이 있는 직장여성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는 동시에 집에서 애 낳고 살림하는 전업 주부들을 '능력이 없어 집에나 있고 남편 벌어오는 돈에 빌붙어 사는' 여자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을 그렇게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데 누가 열심히 집에서 애 낳고 살림을 하겠는가. 나가서 한 푼이라도 벌며 존재를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게다가 남편조차도 일을 핑계로 육아를 도와주지 않고, 육아는 당근 엄마의 의무라고 사회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다. 가령 사회의 저명인사들도 간혹 인터뷰에서 '육아나 자녀교육은 엄마의 몫이고 책임이다.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남자들의 인생이 정말 불쌍하고 안타깝다. 어떤 사회적 성공을 성취했을지라도. 물론 호주와 한국의 기본 사회적 조건을 무시하며 단순하게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겠지만, 호주에 와서 놀란 건, 남자들이 가정사에 이렇게 열심이구나, 가정 안에서 이렇게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구나.. 라는 거였다. 

이명박 대통력은 네 자녀의 출산을 한 번도 옆에서 지켜보지 못했다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매일밤 아기들을 우유 먹이고 재웠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한국의 꽤 괜찮은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가정적인) 남자들도 이 대통령 같이 살고 호주의 평범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오바마 대통령 쪽에 가깝다. 나는 한국의 정치 사회 교육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원인을 여기서 찾는다. 남자들이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가정 안에서 찾지 못해 사회가 전체적으로 원만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것... 음.. 얘기가 너무 돌아갔다. 

난 아기 엄마들이 하루아침에 아줌마로 전락해 주변의 냉대를 받지 않고, 싱글 혹은 워킹 걸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변의 다양한 관심을 끌며 챙김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버스에서건 지하철에서건, 내 아기가 원한다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고, 내 아기가 울어도 따뜻한 시선으로 염려해 주는 사회..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더 많이 양보도 해주고 배려도 해주고, 이 여자가 지금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한 인간을 키우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며 존경해 주는 것.

내가 아이를 낳은 후, 이전에는 생각 못했던 그런 것들을 이 사회로부터 다 받아 본 후 생각한 거다. 쇼핑센터등 공공장소에 엄마 아기들을 위한 시설도 잘 되어 있지만 설령 없는 곳이라도 공원이나 도서관 같은 곳에서도 아기를 울릴 수 있고, 젖도 먹일 수 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막힌 길도 내 앞에서 다 뚫린다. (조금 과장하자면..) 싱글 위킹걸들이 다 울고 지나갈 정도로 아줌마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이다. 내가 애 하나 안고 있다는 이유로... 

이쯤은 돼야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배 아파가며 애 하나 이 사회에 낳아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미래엔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 살 것도 아니고 이 아이는 자라서 사회에서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그 돈으로 이 사회의 노인들도 부양할 테니..  

애엄마를 서럽게 하는 사회는 발전을 할 수가 없다. 발전은커녕 서서히 멸종해 갈 것이다. 애엄마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 한국도 출산율이 팍팍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인들이여, 분발하라!ㅎ(2009/03/10 씀)                  


지금 사는 동네엔 멸종 위기에 처한 후디드 바닷새가 있다. 봄에 산란기가 되면 모래 사이에 알을 놓는다. 그 알들이 바닷물에 쓸려가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밟히기도 한다. 환경운동가들과 마을 주민들이 그 알들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접근 금지. 푯말을 세우고 줄로 경계를 분명히 한다. 

날마다 알이 몇 개 있는지, 피해 상황은 없는지 점검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필요하면 보호막도 세워준다.

아기새가 있으니 저 쪽으로 떨어져서 걸으라고, 이 조용한 바닷가에서 당부를 하고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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