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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Aug 19. 2024

호주에서 바라본 워킹 할러데이 노동력 착취란?

교민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얼마 전 호주의 한국계 사업자가 운영하는 초밥 체인 '스시 베이'가 한국에서 온 젊은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했다가 138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 한국에서 큰 뉴스로 떠올랐다. 한국 청년 ‘등골’ 빼먹은 호주 식당 주인, 반전 정체…벌금폭탄 맞았다

나는 사는 지역이 달라 그런 식당이 있는 줄도 몰랐고 그 사업자가 한국 방송에도 소개될 만큼 여러 사업에 성공한 이력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지만, 워킹 할러데이로 호주에 발을 들여 26년째 살고 있는 이주민으로서 나름의 몇 가지 생각이 들어 사견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스시 베이'만의 문제일까?


해외에 나오면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슬픈 조언은 과장이 아니다. 지금은 뚝 떨어져 나와 살고 있지만 해외에 있는 한국 커뮤니티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런 류의 경험담들은 차고도 넘치게 듣는다. 영어가 어렵고 이국의 문화가 낯선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선 접근할 수 있는 일이란 교민이 주도하는 식당 청소직 건설 현장등 영어를 쓰지 않는 곳에서 단순 육체노동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이들 중 호주 노동 법규에 따라 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과반수는 넘을까? 10%는 될까? 아니면 그 이하일까?

참고로 호주의 시간당 최저 임금은 23.23 달러이고 임시직 노동자(한국과 달리 비정규직은 정기 휴가등 복지 혜택이 적은 대신 시급이 오히려 올라간다.)에게는 추가로 25%의 임시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토요일엔 25%, 일요일엔 50%의 추가 수당이 있다. 일요일에 일을 하면 시간당 최저 34.85 달러를 받는다. 호주물가가 오르고 그에 맞춰 노동 임금도 지난해부터 더 올라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게 호주의 현실이다.


호주에 갓 이민을 와 적은 돈으로 빠듯하게 불안에 떨며 사업을 시작하는 한국인들은 이렇게 높은 임금을 지불하며 사업체를 꾸려가기가 매우 어려운 데다가 그들 자신도 호주의 노동 문화가 친숙하지 않고 법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아 한국 식의 노동과 임금 체계를 끌고 와 경영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이런 사업을 꾸릴 엄두를 못 내는 위킹 할러데이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들이 악덕 지주처럼 보이고 호주 법을 잘 알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알고보면 같은 길을 헤매며 50보 100보 정도의 차이로 걷는 경우가 많다. 스시 베이 체인은 이런 시간들을 지나 사업체를 크게 불렸음에도 영세업체 마인드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 씁쓸하기는 하다.


호주라는 주류 사회에서 벗어나 한국인 들만의 절충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교민 경제 생태계가 엉성하면서도 뿌리 깊게 있기에 고용주나 노동자나 별다른 문제점을 못 느끼거나 느끼지 않으려 하거나 느껴도 호소할 때가 마땅치 않아 참고 넘어가거나 한다는 것이다.


2. 한국인 만의 문제일까?


왜 다른 민족들은 어려울 때 서로 도와가며 사는데 한국인들만 이렇게 서로를 착취하며 사는 것일까란 민족적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을 축소 심화해서 겪는 교민 사회이다 보니 계층 간 세대 간은 물론 언어능력 간(영어를 얼마나 하는지) 소지한 비자종류 간(영주권을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를 놓고 이해관계가 격하게 나뉘기 쉽다. 


다른 이민 사회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같은 한국인이기에 더 감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문제들은 호주 안의 다양한 이민족 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난다고 본다. 영주권 스폰서를 해준다는 이유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거나 무임금 노동을 협상하는 일등은 중국 요식업계에서도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불법이고 인도나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자국 고용주에 의해 끌려 와 평생을 갇혀 노예처럼 일하다 해방되는 인권 침해 뉴스도 드물지 않게 듣는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을 의지조차 없다. 어짜피 자기 나라에서도 노동 환경이 다르지 않으니.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중동계 이민들은 어린 소녀들을 중매 결혼시키고 아프리카 이민들은 아이들에게 할례를 한다. 다문화 다민족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호주로 몰려와 선의든 악의든 자국에서 끌고 들어 온 별별 문화와 관념으로 자기들만의 독특한 (아님 평범한?) 세계를 만들어 놓고는 그 안에서 합법도 불법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교민 사회의 문제는 한국 사회 안에서의 문제가 선행되어 해결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3. 호주에 오는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그렇다면 위킹 할러데이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은 이런 사건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장기적 이민이라면 현지 교민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기도 하겠다. 하지만 1-2년 호주를 경험하러 온다는 건 이민을 오는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극단적으로 들리겠지만 교민 사회에 발을 디디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호주 안의 소수민족 공동체인 교민들의 삶을 배우려고 오는 게 아니지 않은가!


1)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해 와야 한다. 공부법은 한국에도 너무 많다. 최대한 눈덩이를 이미 만들어서 호주에 와서는 굴려 확장시켜햐 한다. 언어 능력의 작은 차이에 따라 경험의 범위는 무제한으로 증폭된다.

2) 호주 사회와 교민 사회는 상당 부분 별개의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불법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고 교민 사회가 다 불법이라는 것도 아니다. 이민자들도 하나씩 배우며 서서히 현지화되어 가는데 각자 자기 입장에서 이로운 것부터 순서대로 배우는 것이 당연한지라 개개인의 법이나 문화 해석도 단계별로 다채롭다. 

호주를 알고 싶다면 제각각 버전의 교민 시스템을 통과한 것이 아닌 직통의 호주 시스템 아래서 노동해야 한다. 같은 노동을 해도 임금과 복지가 보장된다. 물론 현지인들이 100% 안전하다는 말도 아니지만

지금 호주는 극심한 단순 노동 인력 부족 상태에 다. 노동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호주는 넓고 할 일은 많다.

3) 라테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아 서점에서 산 두꺼운 여행 가이드 책 한 권을 들고 호주에 홀로 날아왔었다. 종이 지도를 들고 은행을 찾아 계좌를 열었고 학교 게시판에 붙은 광고를 보고 일을 찾거나 셰어 하우스를 구했다.^^ 지금은 때가 다르다. 한국 안방에서 비대면으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숙소와 직장을 확정하고 날아올 수 있는 시대다. 용기를 내어 부딪쳐 보기를 권한다.

4) 위의 모든 것을 도저히 하기 어렵다면 교민 사회로 들어가 시작해야 한다. 크게 불합리하거나 악덕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안에서 더불어 성장하며 사는 법을 배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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