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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Feb 24. 2022

한국 vs. 호주, ‘구직 문화’ 차이는?

이력서를 어떻게 쓸까?

오늘은 구직 문화 얘기를 해볼까 한다. 한국에서 이력서를 써 본 지가 십 수년 전이라 그 양식이 얼만큼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벌이나 스펙 등을 따지는 모양새를 보면 말만 바뀌었을 뿐 그 근본 철학은 별로 바뀐 게 없다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그래서 내가 호주에서 처음 직장을 구하느라 이력서를 작성하던 시절을 반추하며 호주 구직 문화의 차이점을 대략 나누어 보겠다. 


1.   대규모 공채가 없다. 

 대기업들도 자회사 별로, 부서별로, 팀 별로, 필요한 인원을 수시로 채용한다. 그래서 신문의 구직 광고란을 보면 대기업이나 대기관의 경우 날이면 날마다 수도 없는 구인광고가 부서별로 쉬지 않고 오른다. 광고비나 인력관리 면에서 비효율적 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 정서상 필요한 인력을 한 번에 ‘일률적으로’ 뽑아 부서별로 나눠 쓴다는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같다. 또 회사나 각 기관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구인난이 찾기 쉽게 따로 있어서 구직자들이 언제나 정보를 찾고 이력서를 미리 제출해 놓을 수가 있다. 


2.   이력서 작성법이 다르다. 

한국인이 호주에서 구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력서를 수백 장 복사해서 뿌렸다.’ 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호주에서는 이런 경우, 구직자 스펙이 무엇이든지 간에 거의 100% 연락이 안 온다. 이력서를 여러 장 복사해서 쓴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정해진 이력서 양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구인광고에는 어떤 업무를 할 사람을 찾는다는 설명이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Job Discriptions 혹은 Job Criteria라고 한다. 가령 한국은 대략 IT 부, 행정직쯤으로 뭉뚱그려 뽑는다면 호주는 어떤 어떤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로 다루는 사람을 몇 명 원한다고 구인한다. 대략 이런 업무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이런 자격은 상, 저런 자격은 중까지 갖춘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 적어도 5-6가지 많게는 10개도 넘게 열거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니 이력서를 작성하는 자는 모든 스펙을 각설하고 위에서 요구하는 항목에 하나씩 답을 해나가는 것이 포인트라 하겠다. 그런데 회사마다 비슷한 구인을 하면서도 요구하는 내용이나 순서가 미세하게 다른데, 그걸 무시하고 대략 유사한 정보가 다 담겨있다는 이유로 이전에 작성해놓았던 이력서를 그대로 출력해서 보내면, 이는 바로 휴지통행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면접을 할 때, 면접관도 구인광고 질문을 순서대로 하며 이력서의 답변을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취업 컨설턴트로부터 개인 특강(친절한 전 직장 상사가 내 미래의 구직을 염려하며 이력서를 같이 정리해 줬다.)을 받으며 배운 바로는 이력서는 길어도 3장을 넘길 필요 없이 매우 간단해야 한단다. 

1)    이름, 연락처는(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 표기하고 사진 나이 성별 가족관계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기재하지 않는다.  

2)    경력- 졸업 후부터 해왔던 일을 순차적으로 모두 열거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구직 업무와 관련 있는 경력만 역순으로(현재부터 과거로) 기재할 것. 

3)    학력-최종학력만 필요하다면 기재한다. 굳이 써야 한다면 한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순으로 학력을 모두 열거하지만 호주는 대학부터 초등학교로 거슬러 적는다. 학력이나 학교 이름, 전공보다는 내가 받은 교육들이 지금 지원하는 업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것과 관련이 없는 교육이라면 석박사 학위라도 적을 필요가 없다. 차라리 고등학교 때 교실 청소를 잘했고, 이에 교장으로부터 봉사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열거해 성실함을 드러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좀 과장을 하자면)

4)    추천인과 그의 연락처를 반드시 적는다. 쓸데없는 거물을 들먹이며 화려한 인맥을 자랑할 필요는 전혀 없다.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추천인은 현 혹은 전 직장 상사이다. 놀랍게도 전 직장 상사들이 기꺼이 추천인을 해주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나도 개인적 이유로 두 번 사직을 했을 때 상사들이 아쉽게 작별을 하며 베풀었던 최선의 호의는 '언제든 필요하면 추천서를 써주겠다'였다. (그러나 호주에서도 이런 문화 때문에 할 소리를 못하는 직장인 불리(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일반적으로 괜찮고 잘난 사람이고 시켜만 주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것보다는, 지금 당신이 찾고 있는 요런 요런 일 할 사람으로서 내가 왜 적임자인지만 집중적으로 정리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 하겠다. 


3.   인턴 혹은 무급 봉사직 


내가 보기에 이런 자리는 매우 흔하다. 일부 유명회사는 인기가 많아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돈도 안 받고 일을 해주겠다는데 싫다 할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다. 또 호주의 경우는 고등학생 때부터 일정기간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어 모든 회사나 기관들이 이들을 대하는 시스템을 잘 정비해 놓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제안을 해보자면, 비싼 돈 들여 어학연수할 생각을 접고,  ‘해외인턴’ 구직 에이젼트에 돈을 바치지 말고, 직접 자기가 일해보고 싶은 회사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인턴을 찾는지 알아보고 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가령, 아들이 다니는 깡촌 초등학교엔 얼마 전 네덜란드 교대생이 2주간 교생실습을 했다. 위킹 할러데이로 놀러 왔는데, 호주 교육환경도 둘러보고 싶어서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신분만 확실하다면 학교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지 않은가! 그 학생은 교실 뒤에 앉아서 수업을 참관하기도 하고 아이들 사이를 돌며 가르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네덜란드를 소개하는 특별 수업도 직접 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데 이런 사소한 경험들은 호주에서 구직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자기가 일하려는 분야를 배운다는 교과서적인 장점은 물론이고, 인맥을 쌓을 수 있으며 (사람 사는 사회는 어디나 인맥이 형성되는데, 한국은 인맥이 암암리에 부정적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 문제이다. 가령 아버지의 입김으로 실력도 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거나, ‘빽’으로 군대를 빼거나 하니까) 고급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구인의 경우 신문에 광고를 내기 전에 업계만 돌려보는 정보통에 소식을 먼저 올린다든지 하는 일이 흔하게 있는데, 봉사직으로 라도 사무실을 드나들다 보면 이런 귀한 정보에 먼저 닿을 수 있게 되고, 혈연도 학연도 없는 상사가 기꺼이 추천서를 써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허벌나게 넓고 할 일은 넘치도록 많다는 것이 내 경험이고 생각이다. 구직을 꼭 한국에서만 해야 할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세상을 서핑하며 나래를 펼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2013/2/13 씀)

고릴라 : 동물원 일 적성에 안 맞아.. 이직할까 봐... 

야생 캥거루 : 숙식 해결, 의료관리, 정년도 보장되니 다시 생각해 봐...        

코로나로 닫혔던  국경이 다시 열렸다.호주는 지금  빠져나간 해외인력을 다시 불러 모으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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