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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Feb 18. 2022

아시안 부모들은 왜 '사랑한다' 말하지 않을까?

호주에서 바라본 아시안 문화

오늘 아침 에이지 신문을 읽다가 재미난 기사를 발견했다. 왜 아시안 부모들은 자녀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않을까? 란. (이 기사에서는 주로 중국인들을 칭하고 기사 작성자도 중국계이다.)

http://www.dailylife.com.au/life-and-love/real-life/why-chinese-parents-dont-say-i-love-you-20140304-341ws.html  

한국도 그렇지만 아시안 부모들은 서구권 부모들에 비해 사랑의 감정을 공적으로 표현하는 일에(Public display of emotion) 매우 인색할 뿐만 아니라 자녀를 교육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언어(negative language)를 줄곧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유교적 문화나 공산주의 체제의 산물로 보는 이들도 있고, 단순히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보는 이도 있다. 아시안 권의 언어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영어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많은 책임과 무게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사회학자의 관점으로 보자면, 인간 사이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더 긴밀하고 High context society (대화를 할 때 정보의 많은 부분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 소통에 있어 보다 적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일수록 사랑한다는 말을 덜 한단다. 서구사회는 (low context society) 사랑한다는 말을 ‘너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야’ 쯤으로 해석하는 반면, 아시안 권에서는 ‘어떤 상황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이는 완전히 엮여있다는 강경한 선언’쯤으로 해석한다는 것.


그러나 아시안 부모들의 사랑 또한 의심할 바가 없는데, 그들은 주로 접시에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점을 기꺼이 자식에게 얹어주거나, 못 먹고 못 입으며 벌어서라도 자식을 교육시키고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함으로써 자식 사랑을 표현한단다.

아시안 부모들은 자녀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 놀라고 당황스러워 화제를 돌리거나, ‘너 무슨 일 있는 거냐?’ ‘취했냐?’며 불안해하기도 하는데,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있다는 거다. 자식이 돈을 너무 많이 썼을 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악을 쓰거나 식당 한가운데서 영수증을 붙잡고 서로 내가 내겠다고 죽도록 기를 쓰고 다투거나….ㅎ


아시안 가족들은 서구인에 비해 거칠고 사납게 사랑하며 (Fiercely), 흔들림 없이 헌신하고, 엄청난 음식으로 그 감정을 표현한단다. 중요한 것은 어느 사랑이 잘못됐다거나 후졌다거나 라는 것이 아니고 그저 표현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기사의 중요 내용만 추려서 대략 의역을 해본 것인데,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갔다. 나야 개인적으론 나긋한 서양식 표현을 좋아하지만, 다른 방식의 표현을 폭력이나 학대로만 보는 서구권의 시각도 아시아의 부흥에 맞추어 이제는 좀 바뀌지 않을 까란 생각을 해봤다.  (2014/3/6 씀)  



아시안 문화를 나름 우호적으로 다룬 기사가 흥미로워 당시 소개를 했던 듯한데, 지금 다시 읽으며 내 생각이 좀 변했음을 느꼈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그동안 호주에 살며 서구화가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며 배운건 더 풍성하고 정직한 표현, 긍정적 언어가 나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며 살자!

포인트 니편 국립공원에서 만난 호주 야생 고슴도치(Echidna). 고슴도치의 엄마가 아님에도 꼬물대며 땅을 파고 요리조리 돌아다니는 그 모습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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