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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Feb 02. 2024

호주, '산악자전거'의 성지는 이렇다.

자전거로 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이모저모.

(지난 글에 이어..)

우리 가족은 코지오스코 산 정상을 등반한 뒤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아침에 타고 올라왔던 리프트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헬멧을 쓰고 중무장을 한 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자전거를 타고 산을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여러 경로와 난이도를 설명해 놓은 안내판.

올라오는 리프트마다 묵직한 자전거가 두대씩 걸려 있었고 연인이나 청소년들 아이들 무리들이 앉아 있었다. 부모와 어린아이들도 가족 단위로 자전거를 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산입구에서 본 안내판에서도 산악자전거 트레일을 소개하는 글들을 얼핏 보았던 것 같다. 겨울이면 스키를 타는 슬로프들 사잇길이 여름이면 산악자전거를 즐기려는 이들의 성지로 탈바꿈을 하는 것이었다. 

가파른 산비탈길을 자전거를 타고 커브를 틀고 점프를 하며 가속으로 내려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쳤다. 여기저기서 고무공처럼 튀어 오르고 자갈길에서 곡예를 하며 달리는 바이커들은 신이 난 듯한데 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났다. 이 비탈길을 어쩌자고 저 속도로... 자전거를 탄다기보다는 껑충껑충 점프를 해서 뛰어 날아간다고 해야 하나.

더 기가 막힌 건 바이커들이 남녀노소 구별 없이 다양했는데, 어느 젊은 엄마가 유치원생처럼 보이는 어린 소녀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봤을 때였다. 헉..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저 아이가 정말 이 산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다고? 저 나이엔 보조 바퀴 떼고 두 발 자전거 타는 일로 박수를 받을 때가 아닌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애썼다. 보통의 아이들이 피아노로 동요를 칠 때 어떤 영재들은 쇼팽을 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가. 나도 지금 자전거 영재를 본 거라고. 운동 신경이 남다르고 담력이 뛰어난 데다 부모의 열성과 이를 뒷받침 하는 환경이 이 어린 소녀를 호주에서 가장 높다는 이 산꼭대기로 이끈 것이라고.

어쨌든 아침부터 서둘렀던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늦은 오후, 리프트엔 바이커들이 마치 늘 그래왔다는 듯이 익숙한 자세로 자전거를 철컥 리프트에 매달고 줄줄이 산에 올랐다.

고무공처럼 점프하며 뛰어 내달리는 바이커들을 리프트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산 밑둥으로 내려오니 자전거와 바이커들의 숫자는 더 늘어나 있었다. 우리는 방향을 틀어 프라이데이 플랫 등산로를 관광하려고 예정했던 곤돌라를 타러 갔다. 이곳도 역시 바이커들로 분주했는데 곤돌라 입구 양쪽으로 바이크를 한 대씩 턱턱 직접 거는 모습들이 매우 신속했고 숙련되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아들 친구 중에도 바이커들이 많이 있고 학교에도 바이커팀이 매번 학교 대표로 이런저런 대회를 나가고 동네 놀이터 옆에도 바이커 파크가 종종 들어서 있을 만큼 산악자전거는 호주에서 대중화된 가족 스포츠였다. 내가 코지오스코 산에서 그 현장을 보고 새삼 실감을 했을 뿐. 

위험이 따르는 만큼 헬멧이며 안전 쟈켓이며 장치를 둘러싼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 스포츠를 하는 건가 싶지만 바이크 중간 휴게소에서 스낵을 먹으며 잡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자면 이들은 너무도 평범한 보통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게 재미있는 것처럼 이들은 그저 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재미있을 뿐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의 지붕, '코지오스코 산'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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