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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y 13. 2024

호주, 동네 바닷가에서 '오로라'를 만나다.

한겨울밤  우주쇼를 보며 했던 생각들.

지금 호주는 오로라 열기에 빠져있다. 뉴스마다 어제저녁에 관측한 오로라 이야기를 전하고 오늘밤은 어디 어디서 또다시 볼 수 있을 거라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한다. 

호주는 오로라(Southern Lights, Aurora Australis)를 흔히 볼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땅이 넓은 만큼 태즈마니아등 일부 지역에서 관측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 규모나 빈도는 북유럽 국가의 그것(Northern Lights, Aurora Borealis)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여러 환경의 문제로 예상치 못한 오로라가 자주 등장했고 어젯밤엔 지난 100년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오로라가 여러 지역에서 출몰했다는 것이다.

오로라에 관심 있는 이들(오로라 헌터-사냥꾼이란 표현을 쓴다.)에게 최신의 뉴스를 제공하는 웹페이지가 (Australian Space Weather Forecasting Centre) 있다. 가끔씩 그곳에서 정보를 얻어 뒷동네 바닷가에 나가보면 깜깜한 바닷가 주차장이 평소와는 달리 각지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나 천문 관측 애호가들로 그득해 그 열기에 깜짝 놀라곤 했었다. 그러나 차가운 겨울 밤바다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생각만큼 무언가를 관측하지는 못했었다. 육안으로는 별로 보이는 것도 없고 사진작가의 성능 좋은 카메라 속에선 흐릿한 빛줄기가 있는 듯 없는 듯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어제도 큰 기대를 한건 아니었다. 아들을 친구 생일 파티장에 내려 주고 남편과 함께 두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과 달리 늦은 저녁 갈 만한 곳이 있지도 않고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주변 바닷가에 차를 세워두고 뉴스에서 말한 대로 오로라가 뜨는지 보자는 심드렁한 분위기였다.

조용해야 할 주차장은 역시 사진작가들과 이런저런 사람들로 평소보다 분주했다. 날씨도 생각보다 온화했기에 춥고 으슥한 깊은 밤에 잘 관측된다는 잔지식을 갖고 있던 나는 더 기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오른쪽 언저리에서 희뿌연 무언가가 보였다. 철 지난 삼성 S10 폰으로 프로 기능을 동원해 갖은 수를 써서 찍자니 붉은색 초록색의 무언가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게 오로라인 거지? 그런 거지? 긴가민가 하는 사이에 빛깔은 총 천역색으로 변하며 춤추기 시작했다. 

오오.. 와우.. 세상에 이런 일이.. 헷갈림이 확신으로 변하며 나도 모르게 비명과 감탄을 쏟아냈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별은 쏟아지는데 이젠 카메라 없이 육안으로도 희뿌연 무언가가 확실히 보였다. 그때부터 넋을 놓고 대자연의 우주쇼에 흠뻑 빠져들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세상을 지었단 말인가? 이런 장관을 동네에서 볼 수 있다니.. 이젠 오로라가 어떻다고 내 경험을 말할 수 있겠구나.. 내 평생에 걸쳐 곱씹어 추억할만한 특별한 밤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맞게 될 줄이야..


하루가 지난 오늘도 지인들과 사진을 나누고 또 너나없이 오로라를 이야기하며 보냈다. 어제의 감동이 이어져 시도 한 수 지어봤다.^^

오로라 


너를 만나려 오랜 세월 기다렸다.

겨울 바다 칼바람 맞으며 버텼다.


예술인 듯 

마술인 듯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너.


태곳적 창조주께서 섬세하게 짠 그물이

미래에서 날아와 마법처럼 펼쳐졌다.


세상의 요란한 레이저쇼는 짝퉁이었구나!


화려한 듯 장엄한

신비한 듯 고요한..


밤하늘 밤바다는 깜깜한데

천지를 휘젓는 파노라마쇼에

정신줄 놓았다.

세상을 잊었다.


너는 그렇게 나를 흔들고 갔다.

지난밤에.


파티에서 돌아온 아들이 사진을 보더니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어했다. 뉴스를 보자니 다행히 오늘밤에도 관측이 가능할 거란다. 아들을 데리고 오늘밤도 오로라 헌팅을 떠나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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