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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Mar 31. 2021

산책길에서 만난 캥거루.

숲속에서 간혹 만나는 야생 캥거루들이 반가워..

내가 사는 모닝턴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번에서 100킬로쯤 떨어진 곳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안의 경치가 아름답고 내륙쪽으로는 작은 언덕들이 완만히 있어 와이너리와 골프장, 크고 작은 농장들이 곳곳에 있다. 뛰어난 자연 경관과 해양 레저 활동, 다양한 먹거리와 문화공간이 있어 반도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해마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오가는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당연히 호주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하는 동네로 손꼽히며, 멜번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 코로나 이후 집 값이 대폭 오른 곳이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이 동네에서 6년이 넘는 시간을 살면서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었고 틈틈히 개성이 다른 여러 길들을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풍경과 감정들을 같이 나누어 보고 싶어 글을 쓰기로 했다. 

이 날은 Seawind Garden을 걸었다. 바닷바람 정원이란 이름답게 한쪽 언덕(Arthur Seat)에서는 드라마나 바닷가 해안선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다른 쪽으로는 수풀이 우거진 산책길들이 여러갈래로 나있다. 그 곳에서 만난 캥거루들..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 야생 동물. 호주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철저히 보호받다보니 사람들이 다가가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보호로 개체수가 늘어 농장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 면허를 받은 농장주들은 일정 부분 사냥을 하기도 한다. (캥거루 사냥에 동참했던 글은 다음 기회에 나누어보겠다.)

현재 빅토리아 주에서는 캥거루 고기 식용법을 놓고 개정을 논의 중이다. 좋은 단백질 공급원인데 식재료 사용을 제한하는(일정량만 허용) 법률 때문에 동물 사료로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캥거루 고기는 소고기보다 다소 질긴 듯 맛이 비슷하여 미리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먹는 경우도 많다.

아기(Joey)를 주머니에 품고 튼튼한 뒷발로 풀쩍풀쩍 뛰어다니는 캥거루들. 다른 야생돌물들은 로드킬을 당하는 반면 캥거루는 몸체가 커서 오히려 차를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밤길을 달릴 때 캥거루를 조심해야하는 이유다.

그래도 야생에서 캥거루를 만나게되면 늘 반갑고 멈춰서 사진을 몇 장이라도 찍게 된다. 

호주를 대표하는 상징 동물 아닌가!

캥거루 똥이다. 예전에 국립공원에서 진행한 생태강좌를 들은 적이 있는데, 강사는 야생에서 막 채취한 따뜻한 동물의 똥을 들고 '이것이 누구의 똥인까?'를 유추해 냈다. 똥모양이나 크기를 보고, 또 그속에 섞인 지푸라기등을 들춰내며 초식동물이라는 등 무수한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지라 나도 숲길에 흩뿌려져 있는 동물의 똥을 보면 더럽다고 피하기 보다는 조금씩 관찰 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길을 걷는 일이 더 재미있어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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