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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Dec 14. 2022

호주, 안내견 협회, 연말 모임에 갔다.

안내견 한 마리를 키우다는 것은...

시각 장애인 CEO가 발표를 하는 동안 조용히 곁을 지키는 안내견.

호주 빅토리아주 안내견 협회(Guide Dog Association)가 주관한 연말 모임에 다녀왔다. 지난 일 년간 집에서 강아지를 잘 키워 협회로 돌려보낸 자원봉사자들을 초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장이었다. 협회 근처의 골프 클럽 하우스가 장소였다. 요즘 본의 아니게 골프 클럽 하우스를 자주 가게 되는데 한국의 인식과는 달리 평범하고 소박한 모임의 장소이다. 모닝티라더니 정말 샌드위치 몇 조각에 주스 한병, 작은 스콘 한 조각과 커피 한잔이 전부였다. 그야말로 가볍게 차 한잔 마시며 얘기하는 정도.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호주의 이런 연말 모임들은 거품이 쫙 빠진 단촐 실속 그 자체이다.

안내견과 봉사자들이 어우러져 편안하게 담소를.

처음 만난 다른 봉사자들과 다과를 먹으며 30여분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본식이 시작됐다. 중간 관리자가 환영과 감사의 인사를 짧게 전하고 CEO가 등장해 협회의 현황을 보고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CEO 자신이 시작 장애인이었고 안내견과 일상을 함께하는 이였다. 그는 무수한 통계와 수치를 이용하며 막힘없이 발표를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다 암기를 한건지 놀라웠다. 나는 감동받으며 열심히 들었건만 적어놓질 않아서 인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내용도 수치도 가물가물하다.


대충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해보면, 일 년에 80여 마리의 강아지가 교배를 통해 태어나고 자원봉사자들의 집으로 보내진다. 일 년 동안 성장한 뒤 협회로 돌아와 신체와 능력 검사를 통과한 개들은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5-6 개월 받고 이중 40여 마리가 안내견이나 반려견(Companian Dog 어린이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특정 임무를 맡는다)으로 등급을 받는단다. 이후 실 이용자와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한 마리의 안내견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트레이닝 코트를 입고 연회장을 누비며 연수중인 개들.

강아지 한 마리를 안내견으로 만드는 비용은 2년이란 기간 동안 5만 불(5천만 원)에 달하는데 무수한 자원봉사자들과 기부금 후원으로 프로그램은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일본이나 한국으로 우량견의 정자(유전병을 제거하기 위해 족보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를 공급하기도 하고 트레이닝 기술 제휴도 하는 등 서비스를 해외로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령 인구가 늘면서 안내견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 시력을 잃어가는 노인들이 안내견을 통해 독립적으로 사는 기간을 늘려갈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엔 무슨 훈련비가 그리 드는가 했는데, 강아지를 키우는 동안 정기적(4주 6주 간격으로)으로 훈련사가 일일이 가정을 탐방하거나 쇼핑센터 등 특정 장소에서 만나 개인교습을 하고 다양한 신체검사를 전문 수의사로부터 때마다 받고 사료까지 일체 제공받다 보니 그 예산이 이해가 됐다.

자원봉사자 중엔 25년 이상을 이 일에 헌신한 이들도 있었다. 일 년 동안 한마리를 키워운데 시간과 품이 너무 들어 좀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으니 다른 봉사자들의 노고에 그저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나스 캄파넬라 호주 ABC 리포터, Bing Image

규모가 작지 않은 협회의 회장이 장애인이란 점도 놀라웠다. 이 회장의 전임자(비장애인 여성이었다)는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특정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여론에 밀려 사임당했을 만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이웃들의 노고와 사회적 시스템이 빈틈없이 뒷받침을 해주니 장애를 극복하기도 훨씬 수월한 것이리라. 호주 뉴스를 보다 보면 휠체어를 타거나 눈이 사시거나 한쪽 팔이 없는 리포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을 취재하고 전달한다. 처음엔 그들의 장애에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점차로 그들의 능력에 집중하여 어느덧 편안하게 뉴스를 본다.


보고가 끝난 뒤,  커피 한잔 마시며 다시 끝도 없이 개수다를 떨었다.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방법을 기를 쓰고 찾다 보면 조금씩 길이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했다. 훈훈한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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