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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기 Jul 01. 2021

호주 야생동물-퍼숨이야기

앞마당에서 몰래 살던 퍼숨을만났다.

이웃과 같이 나무를 치기로 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나무 가지가 자유롭게 넘나들며 무성하게 자라 한 번씩 해야 하는 일이다. 이 날은 나무를 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퍼숨(Possum) 두 마리를 만나게 됐다. 나무숲 위에 둥지를 틀고 밤에 주로 활동하며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 캥거루와는 먼 친척쯤 되는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호주는 주거 지역도 나무 천지이다 보니 집 뒷마당에서 이들을 발견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호주인들은 대체로 퍼숨과의 동거를 마다치 않고 혹자는 나무 밑에 먹이를 줘가며 보살피기도 한다. 하지만 한밤중에 지붕 위에서 소란을 떨거나 과일나무를 망쳐놓아 속을 끓이기도 한다. 얼마 전 지인은 퍼숨이 레몬을 껍질만 죄다 깎아놓아 속이 멀쩡한 레몬을 죄다 버리게 생겼다며 속상해했다.

이럴 땐 퍼숨 처리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다. 이들은 퍼숨의 통로를 찾아 막아놓고 덫을 놓아 몽땅 잡아간다. 그러나 그렇게 잡아간 애들을 집 근처 50미터 이내의 숲에 풀어 놓아준다. 퍼숨은 자기 지역을 벗어나면 살기 어려워하므로(Territorial Animal) 야생동물  보호법으로 정해 놓은 규칙인 것이다.

호주에 처음 왔던 해에 누군가가  뭔지도 모르겠는 퍼숨을 보러 가자 했다. 도시 한복판 피츠로이 가든, 어둠이 가득한 들판에 한 마리 두 마리 동물의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주로 나 같은 관광객들이었을게다.) 빵 같은 먹이를 주면 조용히 다가와 받아먹기도 했다. 달빛에 비치는 실루엣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보고 쥐를 닮은 생김새에 좀 놀라기는 했지만.

그동안 우리 집 앞마당에서 사는지도 몰랐던 애들. 한 마리는 놀라 후다닥 어디론가 도망가고 한 마리는 겁에 질려 웅크리고는 꼼짝을 못 한다. 그 모습이 딱해 바닥에 굴러 떨어진 둥지를 옆 나무에 슬쩍 걸쳐놓아 보았다.

이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어디에선가 평화롭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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