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먹거리가 놀라워.
집 뒤채 지붕 한쪽 모퉁이에 언제부턴가 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차츰 수가 늘더니 소리도 윙윙대고 제법 위험하게 느껴져 제거하기로 했다. 친절한 교회 장로님께서 몇 가지 이름을 알 수 없는 화학 약품들을 들고 오셨다. 급한 대로 고무장갑을 끼고 플라스틱 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처마 위 널빤지를 들어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벌떼들이 벌집을 지어놓고 있었다. 수백 마리는 족히 넘는 벌들이 윙윙대며 자기들의 아지트를 지키겠다고 덤볐다. 사실 너무 위험해서 사진 몇 장 찍고 대피해 있었다.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들어낸 널빤지 밑으로도 벌집이 한가득. 벌들이 많이 모인 집엔 약품을 분사했다.
작업을 끝내고 약품에 오염되지 않은 꿀들을 한 접시 가득 담아다 주셨다. 장로님도 한 단지 챙겨 가시고.
이웃들 중 취미 삼아 양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짧은 강좌를 들은 뒤 집 앞에 작은 움막을 세우고 어찌어찌 꿀을 채취한다. 그들로부터 신토불이 꿀을 한 병씩 얻어먹은 적은 있지만 우리 집 지붕에서 생각지도 않게 꿀을 얻은 것은 처음이다.
도대체 벌들은 어떻게 이 꿀들을 모았단 말인가. 정원에 꽃들이 만발할 때 그들은 쉬지 않고 일했나 보다. 덥석 나타나 그들의 여왕을 제끼고 이 꿀들을 차지하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들의 기술이 오묘하기도 하고..
살짝 구워 먹으라는 둥 뜨거운 차에 넣어 먹으라는 둥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냥 큰 숟가락으로 한입 가득 떠 넣은 뒤 달콤하고 끈적한 꿀을 꿀떡 삼키고 벌집은 잠시 질겅질겅 씹다가 고무처럼 뭉치게 되면 뱉어 버린다.
아주 맛있다. 여왕처럼 아름다워지는 기분이다.ㅎㅎ(2011/12/02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