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진폭

일기 12. 언제쯤이면 잦아들까.

by 책계일주


토요일에는 퇴근 후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오랜만에 다리가 덜 저렸다. 금요일 밤에 잠도 안 올 저린 통증이 골반저근 운동을 해주어서 인지, 침을 맞고 완화된 것인지, 생리 직전마다 많이 아프던 허리 통증인 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내 통증이 살만해지니까 봄이가 갑자기 밤늦게 배가 아프다고 울고 짜증을 냈다. 내 아픔은 잠시 접어두었다.



일요일 아침 8시 응급실에 갔다. 여전히 실려온 환자들로 북적이는 응급실 풍경이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여 접수를 하고 예진실에 들어갔다. 발열과 현재 심한 복통이 없다는 이유는 응급실 진료는 불가능했고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봄이는 먹을 수 없다는 상실감에 멘탈이 나간듯했고, 꾸르륵거리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지속되자 누적된 스트레스 탓인지 오열했다. 응급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약 도서와 책 몇 권을 더 빌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봄이는 독서실에 갔고, 나는 심란해졌다.






내 고통만 감수하면 되었던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의 역할이 새로 주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역할에 대한 책임감에 적잖이 당황했다.



햇볕 좋은 날인 줄 알고 나섰는데 날씨가 점차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처 우산을 쓸 수 없는 날이 있었다. 어떤 날은 우산을 써도 바람에 뒤집히고 폭우가 내려 소용없는 날도 있었다. 더러 잔잔한 날도 있었지만 잠깐만 방심하면 불현듯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침착하지 못했다. 감정이 극단적으로 휘몰아쳤다. 의연해지고 싶었는데 먼저 감정을 쏟아낸 후 뒤늦게 후회했다.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그랬다. 언제쯤이면 잦아들까. 이 흔들리는 마음의 진폭이.



2023.2.20. 월요일. 꿈꾸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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