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라니. 몸과 마음은 부지런히 살았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딱히 없다. 이번 달도 비슷하다. 편의점 커피와 꼬마 김밥, 소금빵, 초콜릿으로 헛헛한 하루를 달래는 값과 아이들 학원비로 빠져나간 ㅇㅇ원이 찍힌 통장 잔고 숫자가 나의 비슷한 삶을 증명해 준다. 앗, 이번 달은 여름 원피스를 사느라 오히려 통장 잔고의 숫자가 작아졌다.
어제는 엉엉 울었다. 성실히 정직하게 부지런히 발을 동동 굴리면서 산다고 살았는데 지금의 나는 제자리는커녕 뒤로 굴러가는 바퀴인 것 같았다. 빨리 굴리지는 못해도 천천히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의 기준에는 제자리도 아니고 왜 저렇게 답답하게 정체되어 살지? 인생은 성실하다고 잘 사는 게 아니야. 배짱도 있어야 되고, 실패도 감수해야 하고,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세계로 옮겨가야 해. 머물러 있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모두 나를 위한 충고가 맞다. 실제로도 나도 내 삶이 정체되어 있다는 걸 몇 해 전부터 인지했고 무얼 해야 될까 계속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깨닫고 나를 다그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남들 기준에서 보기에 이렇다 저렇다 하니 눈물이 났다.
인생은 바퀴라는데 내가 아무리 앞으로 발을 굴려도 헛발질하듯이 뒤로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올해 6월은 유난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달이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제 그만하자. 실은 너도 알잖아. 여기까지야. 이게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지금이 하락장이 맞다 하더라도 노래 가사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의 전환이 필요한 듯하다.
겨울이가 읽는 '공자 아저씨네 빵 가게'란 책을 읽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상황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는 있다는 '공자 아저씨'가 한 말씀도 요즘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인간에게는 도저히 바꿀 수 있는 것과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
바꿀 수 없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이야.
하지만 다행히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어. 바로 생각이란 놈이지. 생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단다.
결국 마음이 뒤집개였다.
손바닥 뒤집듯이 누가 내 인생을 구원해 주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마음은 뒤집어 줄 수 있다. 누군가 상황을 구원해 주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 구원자였다.
또, 얼마 전 읽은 책 '셰익스피어 카운슬링'에서도 말한다. "셰익스피어 선생님. 제 인생은 비극일까요, 희극일까요?"라는 질문에 당신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 자신에게 있다고 답한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아침에 감은 머리카락이 덜 말라도 나서는 길이 춥지 않고 시원한 출근길. 길가에 초록 잎이 무성해진 나무들. 햇볕이 따가운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이 부신 얼굴. 한낮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들.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풀벌레 우는소리와 개굴개굴 개구리의 울음소리.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여름 장마에 잠깐 정신줄 놨다가 다시 정신줄 잡느라 버거운 내 마음의 곡소리. 장마라 빨아 널은 수건에서 나는 살짝 쉰듯한 퀴퀴한 냄새. 선풍기 덜덜덜 돌아가는 소리. 봄이의 매직이 풀려 곱슬해진 긴 머리. 저녁 산책길 개천에 부쩍 늘어난 물 흘러가는 소리. 많아진 사람들의 도란도란한 이야기 소리. 여름마다 찾아오는 '벌써 올해가 반이나 지났는데 별로 한 게 없네'라는 마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