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나이
일기 21. 바꿀 수 있는 마음에 집중하기로
아픈 곳이 늘어나고 있다.
살면서 숫자 나이도 한 살씩 더 먹는 것처럼, 몸의 나이도 마음의 나이도 한 살씩 더 먹는 것 같다.
머리가 개운하면 몸이 어딘가 찌뿌둥하고, 몸이 좀 괜찮아지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기고. 어쩜 하루도 말짱한 날이 없는 건가 싶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내게 찾아오는 질병과 골치 아픈 일들은 막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붙은 그림자를 떼어내느라 몸을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나를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에 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고민하지 말고, 바꿀 수 있는 마음에 집중하기로.
지난주 일요일에는 예전 육아 동지들을 만났다.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몸의 나이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눈이 침침해져서 안경을 했고, 목이 아파서 도수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허리 아프고 다리가 저린 증상이 갑자기 생겨서 신경 주사를 맞았고, 늘어나는 흰머리로 염색을 안 할 수가 없고, 여름 동안 더워서 운동을 못했더니 몸에 군살이 붙었다는 몸의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아직 눈이 침침하진 않지만 곧 올 것이고, 목은 아직 괜찮지만 허리 디스크로 아직도 골골하고, 흰머리는 늘어가지만 알레르기로 염색은 할 수 없고, 여름 동안 덥다는 핑계로 나도 넉넉한 몸이 되었다.
아무리 건강해도 노화의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달력 지나가는 대로 흐르는 시간이 주는 몸의 나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나이도 그럴까. 글의 나이는 어떨까. 글만 읽어도 대략 글쓴이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있다. 글자의 크기나, 문체, 쓰는 단어, 글의 구성, 첨부한 사진이나 인용한 글, 글의 관심사, 주변 인물, 먹는 음식, 운동 방법, 읽는 책, 즐겨 보는 프로그램, 좋아하는 음악 등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내 글은 자기소개 글이 없어도 어느 글을 읽어도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로 추정된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아줌마인 걸 인정하고 나니 즐겁다. 글을 더 아줌마임이 드러나게 쓴다. 몸의 나이를 받아들이니 마음의 나이도 즐겁다.
토요일 오후에는 비가 내렸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아파트 분수대 옆 벤치에서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저녁에는 봄이와 서점에 가고, 밤에는 늦게까지 소파와 친구처럼 지냈다.
오늘 새벽에는 남편과 겨울이가 벌초하러 산에 가야 해서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주고, 오전에는 봄이와 샌드위치 데이트를 하고 왔다. 저녁에는 어머니 생신이 있어서 선물과 케이크를 사서 식당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밤에는 아이들과 산책을 다녀왔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그런지 공원에는 운동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사람들 틈에 끼여 걸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에 선 꼬마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 사이사이로 지나가며 주말이 가는 밤을 아쉽다고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옆에서 여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 속에 있음이 감사해졌다.
2023. 9.17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