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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일상 Mar 06. 2024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독서 17. 인생에 여백과 바보 비용을 둘 것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김수현 글 그림




오늘은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응원이 담긴 책을 소개합니다.


글. 그림 김수현 / 펴낸곳 마음의 숲 / 1판 1쇄 발행 2016.11.28 / 1판 150쇄 발행 2019.2.1






저자 소개 : 김수현

미술 학원에 다닌 적은 없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문과와 디자인 중간쯤에 있다가, 지금은 일러스트를 그리고 글을 쓴다. <100% 스무 살><안녕 스무 살><180도>를 펴냈다.










본문 중에서 




보통의 존재로 충분히 행복할 것 48p.


어린 시절 차를 타면 언제나 해가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세일러문 정도에의 마법 소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생각을 계속한다면 중증의 과대망상 판정을 받기 딱 좋을 것이다.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 악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 아닐지라도 어딘가 특별한 어른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아닌 평범한 어른으로 자라났다. 


내 삶에는 많은 제약이 있고, 보장된 것은 없지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삶에도 허락된 많은 것들이 있다.


어른의 사춘기는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종결되는 것이며 우린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불안하다고 무작정 열심히 하지 말 것 149p.


세상에는 우리의 불안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뭣이 중헌지를 모르면 현혹되는 법이다. 그러니 단지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을 증빙하기 위해 사람들의 무리 안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불안에 쫓겨 열심히 하는 건 그만두시라. 대신 원점으로 돌아가자.



당신의 삶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목적을 세우고 방법을 찾자. 당신의 목적을 충분히 의식하고 실천하는 것. 안도감이란 그곳에 있다. 







모든 이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을 것 157p.


결혼은? 취업은? 연애는? 저축은? 사람들은 이런 질문이 불편하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질문이 불편한 게 아니다. 그 질문 뒤에, 나에 대해 내리는 타인의 판단이 불편한 거다. 그러니 그들에게 쩔쩔맬 필요도 없고 우리를 증명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우리는 편협한 이들에게 이해받으려 사는 게 아니며, 당신의 삶은 당신의 것이다. 3인칭 시점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여기는 오만은 언제나 진실을 오독하기 마련이다.





행복을 삶의 목적이라 부르지 않을 것 241p.


그런데 삶의 목적을 행복으로 규정하고 완전무결하게 행복한 삶이 존재하는 듯 떠들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자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 애쓰고, 슬픔은 어떻게 해서든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에 우울함과 슬픔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누군가에게 행복하다고 증명하며 사는 것이 가장 불행하게 사는 방법이다. 





인생에 여백과 바보비용을 둘 것 264p.


삶도 이와 유사하다. 계획대로 딱 들어맞게 재단되는 삶은 없다. 불필요한 일에 노력을 쏟기도 하고, 한순간의 실수를 돌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이기도 하며, 아무리 조심해도 예상치 못한 비용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이 언제나 딱 들어맞을 수도 효율적일 수도 없다. 그러니 자책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실수와 오차를 위한 여백과 바보스러움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는 편이 낫다.


이 정도 바보짓은 인생에 있을 수 있다고, 이 정도의 삽질은 어쩌면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인생이 언제나 효율적일 수는 없다고,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그게 나도 좀 어려웠다고 말이다. 그 오차와 실수에 대한 관대함이

우리를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다.







에필로그 / 김수현 282p.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냉담한 곳이었다. 부조리가 넘쳐났고, 사람들은 불필요할 정도로 서로에게 선을 긋고, 평범한 이들조차 기회가 있으면 차별과 멸시를 즐겼다. 돈을 벌기 위해 감정을 모른척해야 했고, 사회의 헐거운 안전망에 늘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나는 이 냉담한 세상에서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으며, 냉담한 누군가로 변해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


냉담한 세상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부당함과 모욕과 불안에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그리고 나와 타인을 위해, 더 나은 사화를 위해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


보통의 존재가 내가 아닌 것을 시기하지 않으며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기 위하여. 당신이 조금은 자유로워졌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건투를 빈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2019년에 직접 사서 읽고 큰 위로를 받은 책이다. 그 당시 3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 책장 정리를 하다 다시 펴서 읽었다.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전한다. 세상살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하나하나 펼쳐놓으니 곤두세우고 있던 경계선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십 년 동안 집에서 혼자 동동거리면서 키우던 아이들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보내놓고 나는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갔다. 애매한 나이, 애매한 경력, 애매한 실력의 내가 초라하고 형편없게 느껴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나는 나이만 변했다. 집에서 아이 낳고 키우느라 다른 건 할 수 없었다는 핑계만 댔다.



어쩌다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책을 읽은 것을 기록하고, 이웃님들의 성장을 지켜본 지 2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한 달 만에 블로그 이웃이 5000명이 되고, 1일 N 포를 하고, 새벽 글쓰기와 운동을 하고, 책을 발간하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면서 성장해 나갔다. 



반면에, 나는 1일 1포를 하기로 마음만 먹고 실행에 옮기기는커녕 가끔씩 사라졌으며, 블로그 이름과 주제를 바꾸자 블로그 지수가 떨어지고 유지하는 것도 버거웠다. 한동안은 블로그 세상에서도 나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블로그 지수와 방문자 조회 수보다 내가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주제와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내 역량을 인정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입시를 준비할 때 서울대 간 수험생의 후기를 쫓아다니며 읽는 것보다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사는 것도 그랬다. 누군가는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고, 부동산 투자를 하고, 공부를 해서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을 온전히 보내기도 어려운 적도 있었는데 남들은 슥슥 잘해나가는 것이 부럽기만 했다. 나만 오답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릴 때는 막연히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나를 닮은 평범한 어른이 되어있었다. 경제적 자유가 없으므로 직장을 꾸준히 나가고, 쇼핑할 때는 가성비를 따지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번갈아가며 먹고, 여행은 아주 가끔 간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 왔고, 일하고 오면 밥을 하고 빨래를 했으며, 밤이 되면 아이들을 재우는 하루를 보냈다. 어느 순간 봄이 와있고 여름이었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입학을 하고 졸업을 했다.



작가는 평범한 어른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 지점이, 어린 시절 품었던 이상을 떠나보내는 지점이, 어른의 사춘기가 온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또, 보통의 존재로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이 어른의 숙제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른이 되니 따로 숙제가 없지만, 나는 나로 살기 위해 스스로 숙제를 만들어 풀어가는 과정이 즐겁다. 학교 다닐 때 연습장에 깜지를 까맣게 쓰면 뭔가 해낸 느낌에 뿌듯했는데 지금이 그렇다. 블로그에 글쓰기를 하기 전보다 자아가  두꺼워진 느낌이다. 다른 이에겐 별다른 이득이 되진 않지만 나의 삶을 쓰고, 읽는 책마다 비판 없는 무한 신뢰를 하고, 다른 책을 읽으면 금방 다시 사랑에 빠지는 지금이 좋다. 



이 책은 나의 주특기 고민을 다 알고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말고, 비참해지려 애쓰지 말고, 자신만의 문제라고 착각하지 말고, 모든 이에게 이해받으려 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엉터리 각본도 쓰지 말라고 한다. 또, 삽질을 자주 하는 내게 삽질은 어쩌면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인생이 언제나 효율적일 수는 없다고 하는 글이 다정한 위로가 되었다. 



"내 삶에는 많은 제약이 있고, 보장된 것은 없지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삶에도 허락된 많은 것들이 있다. 어른의 사춘기는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종결되는 것이며 우린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50p.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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