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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승 Mar 30. 2016

문제인식부터가 올바른 시작이다

골프에세이#2, 두 번째 저서 집필 중


안녕하세요. 노재명 작가입니다. 


골프에세이의 첫 장, 첫 꼭지입니다. 

드디어 주인공인 빅터와 오메가 코치의 첫 만남입니다. 

골프를 조금 아신다는 전제로 용어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넣지 않는 것이 흐름상 낫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필 중에 브런치에 업로드를 하는 관계로 맞춤법과 교정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늘 관심과 사랑을 보여 주어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Day-1


"휘익, 퍽"

"휘익, 딱"

오메가 코치는 나의 정면, 혹은 측면을 왔다 갔다하면서 무엇인가를 수첩에 적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때때로 날아가는 볼을 주시하기도 했으나 볼품 없는 내 스윙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 안다는 듯이 하늘에 솟구치는 볼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누가 내 스윙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고 있는 것은 처음이라서 신경이 좀 쓰였다. "어떤가요? 좀 엉망이지요?" 애써 분위기를 좀 바꿔 보려고 말을 붙였지만 오메가 코치는 계속 하라는 손짓만 했다. '참, 돈을 안 내고 레슨을 받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요상한 분위기네. 하지만 뭐 상관없잖아? 별 기대도 안하고 있지만.' 나는 영업을 하며 사람을 제법 만나 보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대충 사람을 보고도 대부분 성격이나, 고향, 하는 일 따위를 종종 맞추기도 하였다. 하지만 골프가 잘 안되는 날이면 그 망할 촉 덕분에 큰 실수를 하는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처음 레슨을 받았을 때의 좋지 않은 기억때문에 새로운 레슨프로와의 만남은 영 불편했다. 


드디어 그가 말을 걸어온다. "평소 핸디가 어떻게 되나요?" "네, 90개 왔다갔다 합니다. 하하하." 작년에 제일 잘 쳤던 스코어는 +15였다. 87개를 쳤다. 라이프베스트스코어, 줄여서 라베다. 그날 하필 일이 있다면서 라운딩에 쏙 빠진 잭이 원망스러웠던 날이었다. 평소 90개를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라이벌 관계라서 87개 정도면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 웻지샷을 한 번 볼께요. 몇 개 웻지를 사용하시지요?" 

"네, 56도 샌드웻지와 52도 웻지를 사용하고 있어요."


"각각 거리를 몇 미터를 보고 치시지요?"

"음, 그냥 샌드웻지는 70미터에서 80미터? 하하, 그런데 거리가 들쭉날쭉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네, 한 번 30미터부터 해볼께요. 저 앞에 있는 거리표시 보이지요? 30미터부터 볼 한개씩, 10미터씩 늘여가면서 쳐 보시겠어요?"

"아, 네네..."


나는 당황했다. 10미터씩 어떻게 치는지 몰라서였다. 10미터면 아이언의 한 클럽 길이라서 7번으로 130미터정도 기준으로 치고 있었기 때문에 웻지샷으로 10미터씩이라는 기준은 처음부터 내 근육은 물론이고, 내 머리속에도 없었던 탓이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괜찮다며 한 번 시도해 보라고 했다. 평소 시도해 보지 않았던 스윙의 크기로 어설프게 다운스윙을 하자 영락없이 미스샷이 나왔다. 


'침착하자. 난 지금 처음 테스트를 받는 것 뿐이야.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힘들게 두 개의 웻지를 이용해서 각각 10미터씩 늘여가며 볼을 쳤다. 아니 볼을 친 것이 아니라 난을 쳤다. 길게 뻗다가 끝에서 운치있게 휘기도 하고, 시작과 동시에 우측으로 거의 90도 가까이 꺾이면서 휘기도 했다. 곧 봄이 올 청명한 하늘에 난 그렇게 난을 쳤다. 


평소에도 늘 이렇게 일관성 없는 미스샷이 문제였다. 슬라이스는 클럽의 길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짧은 웻지는 물론 드라이버까지 난 좌측으로 출발하여 오른쪽으로 한 없이 휘는 관광구질의 골퍼였다. 그래서 페어웨이 좌측끝을 보통 보고 대부분 티샷을 하는데, 문제는 가끔 발작적으로 나오는 훅이 또 나를 괴롭혔다. 결론은 총체적인 난국. 

그나마 90대 언저리까지 치는 건 어떻게든 그린 주변에 갖다 두고 어프로치를 기를 쓰고 넣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누군가 날 놀리느라고 한 마디를 했다. 


"와, 대단한데? 빅터는 평소에 어프로치를 엄청 자주 하나봐. 이렇게 잘 붙이는 걸 보니 말이야. 하하핫"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아무 말을 못했다. 상사만 아니었으면, 아니 나보다 골프실력만 낮았어도 정말 한 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놀림은 맞는 말이었다. 속이 쓰렸던 기억 때문인지, 아침을 거른 탓인지 신물이 넘어오려고 했다. 


"네, 이제 됐습니다. 잠시 차 한 잔 하실까요?"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늘 불편하다. 어릴 적부터 시험을 보는 날에는 늘 배탈이 났다. 중고등학교 시험 때는 거의 시험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중압감이 내 뱃속의 많은 것들을 짓눌렀다. 호흡하기가 힘들었고, 뛰쳐 나가고 싶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늘 의문을 가졌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건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인지. 그렇게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시험점수를 늘 궁금해 했고, 난 그들을 늘 실망시켰다. 


사람들의 시선을 포함한 시간을 그대로 멈추어 두고 차를 한 잔 했다. 오메가 코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간 겪었던 설움과 고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내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오랜시간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다. 이제 그의 차례였다. 나는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나를 레슨을 해 줄 계획인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게 될 수 있을지 등등 말수가 없던 그를 닥달이라도 하듯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마구 쏟아냈다. 빙긋 웃으며 천천히 그가 말을 시작했다. 


"우선 빅터만의 스윙이라고 정의할 만한 것이 없어요. 그냥 느낌대로 휘두를 뿐이죠."


나는 참을성 없이 또 그의 말을 잘라서 빠르게 질문했다. 


"나만의 스윙이라는 것이 뭐지요? 저는 그저 잠시 몇 달 동안 젊은 프로에게 개인레슨을 받은 것이 전부였어요. 그리고 틈틈히 골프채널에 나오는 투어프로의 스윙을 따라하려고 노력했지요. 또 가끔 직장 상사나 저보다 잘 치는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기도 했어요."


"네, 맞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시작을 하고 잘못된 스윙을 고착시켜 나가게 되지요. 우선 스윙에도 여러가지가 있어요. 레슨을 하면서 각각의 스윙에 대해서 설명하게 될텐데, 우선 빅터가 배운 스윙은 전통적인 스윙이에요. 모던스윙이라고도 부르는 대부분의 프로들이 가르치고 있는 스윙입니다. 문제는 이 스윙이 겉보기에는 역동적이고 파워풀해 보이지만 굉장히 연습량이 많아야 하는 스윙입니다. 프로처럼 전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익숙하게 쓰기가 어려운 스윙입니다."


나는 여기까지 오메가 코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조바심이 났지만, 꾹 참고 더 들어본 뒤 질문하기로 했다. 


'도대체, 그렇다면 연습량이 없어도 빨랫줄처럼 반듯이 그린의 핀대를 공략할 수 있는 스윙이 따로 있다는 것인가?'

'나같이 백돌이를 벗어난지 얼마 안 된 아마추어가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스윙이 존재한다고?'


"우리는 결과를 보고 과정의 오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날아가는 공의 구질을 보거나, 피니시 상태의 몸의 균형을 통해서 스윙의 어느 부분이 잘 못 되었는지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단서에요. 그래서 빅터의 스윙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저는 오랜 시간 관찰하고, 메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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