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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승 Mar 24. 2016

나는 가공의 인물이다

골프에세이#1, 두 번째 저서 집필 중

안녕하세요. 노재명 작가입니다.

지난번 마이드맵을 이용한 목차 작성 방법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상세한 이야기를 더 전하겠습니다.


목차와 꼭지 제목들을 완성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기존의 골프 관련 서적과 차별점이 뭐가 있어야 하나, 사진을 잔뜩 품은 책은 싫은데.

내가 골프선수도 아니고 어떤 형식을 빌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주말골퍼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접근할 수 있도록 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주인공 빅터와 오메가 코치는 과거의 저의 모습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입니다.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 도움을 준다는 형식은, 가장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환경이 될 것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두 번째 저서를 차근차근 채워 나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세상에 골프처럼 멋진 스포츠 하나쯤은 즐길 수 있도록 넉넉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꿈을 꾸면, 이루어집니다.




나는 가공의 인물이다. 이름은 뭐, 아무래도 좋다. 글로벌 시대이고 하니 영어 이름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늘 승부가 명확한 놀이가 좋았다. 맹숭맹숭하니 비기게 되거나, 딱지놀이처럼 뺏고 뺏기는 먹이의 양을 가지고 승부를 내는 것은 좀 뒤가 구렸다. 그래서 승리를 상징하는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빅토리(Victory)와 관련한 이름이 뭐가 있을까? 빙고다. 빅터(Victor)가 입에 잘 달라붙는다. 그래 이걸로 하고, 나 빅터는 지금부터 이글의 주인공이 된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고, 휴대폰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의 영업으로 밥을 벌어먹는다. 아니, 빌어 먹는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다. 계속되는 경기 악화로 영업이라고 할 것이 솔직히 별로 없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중국과 미국에 꽤 큰 유통망을 가진 바이어 담당자가 비슷한 또래라는 것, 그리고 둘이 아주 골프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이름은 잭(Jack)이다. 그와 나는 영업자와 바이어 담당자라는 관계로 만나 골프를 매개체로 하여 비로소 남자대 남자로 마주설 수 있었다. 지금부터 주절대는 이 이야기는 나와 잭이 겪는 골프에 대한 이야기다. 속이 쓰린 부분은 거의 동시에 골프를 시작했음에도 그는 늘 나보다 약간의 차이로 골프를 잘 한다는 점이다. 젠장, 더 이상 사우나에서 넉살 좋은 웃음을 지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드라이버샷은 열심히 후려 팰 때뿐이고 라운딩에서 중요한 배판에서는 늘 오비가 난다. 드라이버가 잘 맞아서 잔뜩 기대를 하고 웨지샷을 하면 뒤땅 작렬... 온그린이 되어도 꼭 내리막 옆 라이다. 쓰리 퍼팅은 뒤땅만큼이나 괴롭다.

어제는 답답한 마음에 SNS를 뒤져보다가 흥미로운 서비스를 발견했다. 고민을 대충 적어 넣었더니 답변이 왔다.


'귀하와 같은 수준의 골퍼의 실력을 개선하기 위한 레슨 프로그램을 베타 테스트 중입니다. 비용은 무료이며 일주일에 두 번씩 직접 뵙고 레슨을 해 드리겠습니다. _오메가 드림'


'와우! 이런 럭키가 있나? 흐흐흐, 비용까지 무료라니! 오메가라니, 이름도 뭔가 있어 보이는데?' 그러나 답장 어디에도 오메가라는 레슨코치의 경력이나 자격증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어차피 내일은 인도어에 가서 연습하려고 했으니, 만약 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혼자 연습하면 그만이었다. 잭이 배판에서 버디를 하고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당장 내일 만나러 가야겠다.


2월 중순의 날씨는 아직 꽤나 쌀쌀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사람은 거의 없었다. 80분을 신청했다. 덜그럭거리면서 볼이 나왔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직 오메가라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올라오는 볼을 쳐다보니 문득 클럽을 휘둘러 보고 싶었다. 7번 아이언을 꺼내 냅다 휘둘렀다.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 준비운동도 안 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볼은 탑볼이 나서 형편없이 굴러갔다. 잔뜩 얼어 있는 클럽으로 탑볼을 냈으니 손바닥이 감전이나 된 듯이 저릿저릿했다. 화끈거리는 손을 허공에 휘두르며 "아이, 참나" 하는 순간 뒤에서 누가 밝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빅터 씨 맞지요?"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던 차에 주위를 둘러보니 연습장에는 나밖에 손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 안녕하세요. 오메가 코치님이시지요?" 키와 몸무게가 나와 비슷했다는 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보통 체격 조건이 비슷한 사람에게 레슨 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제자가 스승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 어색한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메가는 나에게 구력과 제일 필요한 레슨이 어느 것인지, 필드에는 어느 정도 빈도로 나가는지 등을 묻고는 작은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었다. 힐끗 보려고 했으나 수첩을 가볍게 가슴 쪽으로 당기는 몸짓을 해서 나는 곧 그것이 실례가 될 수 있음을 알아챘다.


"자, 이제 빅터 씨의 스윙을 한 번 볼까요?"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오메가 코치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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