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28. 충북대 해장국집
식탁 위 해장국 옆으로 아침이슬 소주병이 2병 쌓인다.
2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던 A다. 우습게도 마시지 않았던 것은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였다. 회사 안 사람들은 밖에서 절대로 만나지 않았다. 회사 흉을 본다며 O회장이 싫어했고 찍힌다고 소문이 나서였다. 지난번 G이사 와도 밥만 먹었다. 하지만 오늘은 술이 필요했다. 술보다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G이사는 끊어버렸다. 전화만 끊은 것이 아니었다.
소주병이 점점 쌓여간다. 어둠은 깊어가고 충북대 주위 야간 조명 불빛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전기차가 나오고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가 내년에 곧 상용화된다고 세상 사람들은 난리를 치지만, 이 땅 한쪽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며 허수 주식 놀음에 목매고 있는 것이 A에게는 참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진실이 무엇이고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게 사람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했다. A는 기자이고 싶었다. 하지만 권력의 집단이 되어 버린 언론 패거리들 사이에 절대로 낄 수는 없었다. 특히 가난한 A에게는 자기편 만드는 재주는 늘 꽝이었다.
대형 유리창 밖으로 보이던 아름다운 조명이 뭉개진다.
A의 눈가에 긴 참이슬이 흐른다. A는 비틀비틀 걸으며 밖으로 나갔다. 어두워진 거리를 흐느적거리며 마치 무중력 우주인처럼...
비상탈출구를 찾아 움직인다. A는 혼잣말을 한다.
“우주에서는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래. 속도가 일정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난 우주인이야. 여기는 우주공간이고...”
“우주공간에서 움직인 우주인은 다른 추친 장치나 물체 도움 없이는 절대로 멈출 수가 없다.... 난 멈추지 않겠어. 난 절대로! 절대로! “
충북대 정문을 지나 연꽃이 핀 연못 정원 앞에 선 A.
몸을 던졌다.
#29. 사무실 냉장고 앞
U이사가 웃으며 냉장고 문을 연다.
커다란 검은 비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쏟아져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 같은 것이 폭포수가 되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