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시를 위한 탈중심의 상상력
‘2022년 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동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어린이 마음을 잃어버렸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김제곤 평론가의 지난 2003년 <아동문학의 현실과 꿈> 이후 20년이 지나 <동시를 읽는 마음>의 두 번째 평론집을 찾아 나선 것은 ‘어린이 마음’을 찾고 싶은 간절함에서였다.
그것은 동시를 읽고 음미하면서 맛보는 ‘깨끗함과 순수성’에 대한 희망이며 이태원 참사가 있던 1029의 아픔을 떨쳐버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희망’을 다시 되새겨보고 싶은 눈물이며 참회이다.
김 평론가의 시대적 상황에서의 동시의 흐름은 2005년 최승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에 힘입어 최승호 이전과 이후로 나눠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최승호의 시대적 가치를 이전 어른 중심의 진지함과 엄숙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동시를 놀이를 지향하는 아이들의 세계로 가져다준 도전의식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동시 흐름에서 ‘난해함’과 ‘동심주의’, ‘일상에 갇힌 동시’를 비판하며 임길택, 류선열, 가네코 미스즈 등이 보여준 ‘시대정신’에 대해 타 시인들에게 강한 의문을 제시한다.
최승호는 시적 주제와 의미를 중시하던 종래의 동시적 관습에서 벗어나 언어 연상에 따른 말의 재미를 추구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는데 기존 따분한 교훈주위나 쳔편일률적인 동시의 말법에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했다. 이후 2010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창간 속 송찬호, 신경림, 유강희, 이정록, 송진권 등 성인문단 시인들의 동시와 새로운 동시에 대한 평문과 대담 등이 동시를 아동문학의 중심부로 진출하게 된다.
이후 이안의 2014년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에서는 2005년 이후 등장한 시인들에서 기존 엄숙성, 교훈성, 주제 중심의 흐름에 균열을 가하고 새로운 상상력과 언어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낳았다고 평가했다.
2009년 김륭의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에서 앞 세대들과 다른 독창적인 비유와 시적 진술 방식을 채택해 우리 동시의 경계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임길택의 현실주의 계보를 이은 남호섭 교사 시인의 2007년 <놀아요 선생님>, 2012년 <벌에 쏘였다>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 아이들의 정서에 호응하는 시 세계를 가꾸어 오는 한편, 교훈성을 승화한 ‘역사·인물시’를 선보임으로 개성을 확보했다. 감각적이고 내밀한 시적 언어를 통해 우리 동시의 영역을 확장한 정유경 시인과, 활달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말법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이 한 김개미 시인도 돋보인다.
‘청소년시’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박성우 시인, ‘무생물의 생물화’라는 언어 기법을 통해 환상성을 구현한 송찬호 시인, 젊은 랩 세대의 말법과 상상력을 보여준 신민규 시인, ‘손바닥 동시’라는 새로운 동시 양식을 개발한 유강희 시인 등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2017년 김애란의 청소년 시집 <난 학교 밖 아이>에는 제도권 학교 밖 청소년의 소재와 개개의 시편이 독립된 시이면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한 편의 완결된 성장서사를 이루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연꽃이 흔들린다
그래도 걱정 없다
연꽃의 그 질긴 뿌리는
연꽃 깊이 박혀 있으니까
연못이 흔들릴 때조차
연꽃은 연못의 맨 밑바닥
그 질척질척한 고독을 붙들고
놓지 않을 테니까
너를 사랑하는 나처럼
_「연꽃의 사랑」 전문
2022년 혼돈된 시대에 ‘동시를 읽는 마음’은 김애란 시인이 보여준 타자를 향한 ‘사랑의 시’가 아닌 내가 나를 추스르는, 간절한 위로의 시로 읽힌다. 여기의 ‘너’는 바로 ‘나’가 된다.
책에는 없지만 어린 딸이 지난날 엄마에게 줬던 동시에서 ‘희망’이 되는 ‘위안’ 임을 김제곤 평론집과 함께 되새겨본다.
우리 엄마 예쁘기도
하지 여기서 반짝
저기서 반짝 어디에서든
반짝반짝 엄마는 어찌
에쁠꼬!
임전사랑 「우리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