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페이지

[백일 백장]100-14

사람은 죽기 전에 어떤 생각을 할까, 한창 궁금하던 때가 있었다. 호스피스의 경험담을 찾아보기도 하고,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삶에서 도드라지게 기뻤던 일이나 슬펐던 일들이 '스르륵'하고 빠르게 훑으며 지나가지 않을까. 한 권의 책이나 무성 영화처럼 말이다. 난 죽기 전에 어떤 일들을 떠올리게 될까. 오늘은 가장 최근의 한 장면만 떠올려 보려고 한다.
작년 가을 나는 집단적 오해를 받았다. 그들은 나를 신고했고, 표면적으로 나는 가해자로 결론지어졌다. 살면서 가장 억울한 경험이었다. 평소에 웃으면서 지냈던 관계를 하나하나 돌이켜 보게 되는 인생의 사건이었다. 이 일을 겪은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는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고, 나라는 존재와 세상과의 관계를 조금은 다르게 보는 눈을 갖게 됐다.
이전의 나는 악의는 없으나 '내 생각이 옳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었다. 나는 책임지고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 것에서 삶의 보람을 찾았던 것 같다. 이제는 삶에는 정답이 없으며, 각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의 삶의 경계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 혼자 너무 힘들게 책임질 필요도 없고, 실제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 같다. 상처가 아닌 경험으로, 나는 내 삶을 좀 더 온전하게 나답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겨본다. 다음 페이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