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것, 열정

[백일 백장] 100-16

오늘은 이키가이의 첫 번째 요소인 '당신이 사랑하는 것, 열정'에 대하여 답을 해보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언뜻 연애 초반이 상상됐다. 어떤 사람은 몇 번이고 세차고 강하게, 정신을 홀딱 쏟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은 평생 한 번도 열정적 사랑을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대상이 사람이 아닌 일이라고 해도 왠지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다들 내 일은 적성에 안 맞는다고 아우성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무튼, 자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보자.

질문 하나, 지난 한 달을 돌아보세요. 몰입해서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고픔도 잊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 순간에는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나는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아침마다 경제 신문을 읽는다. 잘 모르는 용어나 트렌드 단어를 고른 다음 블로그에 정리해 두는 루틴이다. 경제, 금융 분야의 특성인지 하나를 알게 되면 다른 것이 궁금해져서, 어떤 날은 꽤 오랫동안 많은 것을 찾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면 마치 시공간이 분리된 어딘가로 혼자 파견 나온 외계인 같은 기분이 든다. 임무가 끝나고 귀환할 때면, 가끔은 살짝 서운할 때도 있다.
질문 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신에게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나는 목적이 있는 글을 쓸 때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블로그나 내 인생의 나침반을 찾기 위한 글쓰기 여정도 그중 하나일 수 있겠다. 쓰기 전에는 몰랐던 내 마음을 쓰고 나니 알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질문 셋, 20대, 30대, 현재, 혹은 미래. 시간이 흐르면서 당신의 열정이 어떻게 변화했나요? 혹은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나요? 시간을 거슬러 가본다. '내게 열정이 있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단추부터 고민스러워졌다. 열정을 찾는 과정은 마치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는데, '아주 사소했더라도, 잠시였더라도 내가 푹 빠졌던 것이 뭐였을까'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왠지 좀 황당한 것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0대 중학생 때 경복궁에서 외국인에게 'where are you from?'하고 교과서 영어를 실습할 겸 무작정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다행히 매우 친절한 여행객이셨다. 20대 대학생 때 교내 벤처 스튜디오에 갑자기 찾아가서 영상을 배우고 싶다고 졸라 몇 달간 견습 생활을 했었다. 아버지가 '어학연수를 가려면 영어 점수가 좋아야 한다'라고 하셔서 거의 1년간 새벽마다 영어회화 학원에 다녔었다. 나중에 점수가 올랐는데, 아버지께서 '그 점수면 안 가도 된다'하셔서 황망했었다. 결국 해외 어학연수는 못 갔다. 아버지이. 인라인스케이트와 보드에 빠졌었다. 한겨울에 중무장하고 한강변을 인라인을 타고 달렸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스키장을 집처럼 왕래했었다. 둘 다 무작정 사서 동영상을 보고 독학으로 배웠다. 잘 타게 되기까지 엄청 넘어졌었는데, 지금 나의 몸을 생각하면 그때의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나는 30대에 주거복지사, 미술치료사 2급, 사회복지사 2급, 민간자격 심리상담사를 취득했다. 나는 주거복지사로 그분들의 집을 찾아주는 데 진심이었다. 안내문이 담긴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어디든 다녔다.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네가 보험 영업사원으로 새로 취업했는지 의심했었다'라고 이야기하실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는데 싶다. 그때의 경험을 담아 두 권의 사례집을 공동으로 기획, 발간했다. 한동안은 사회 공헌을 담당하면서 봉사활동에 푹 빠져서 지냈다. 호기심이 많아서 웬만한 유형은 다 해본 거 같다. 어느덧 40대가 되어 나는 고령자 주거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태어나서 가장 초인적 힘을 발휘한 때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위를 어디에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궁금한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나의 열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0대와 20대의 열정은 즉흥적이고 활동적이었다. 풋풋하다.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30대의 열정은 당시 나의 일과 관련된 것이거나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40대의 열정은 많은 부분이 직장에 투여되었고, 나머지 열정을 긁어모아서 논문을 썼다. 지금은 나의 열정을 주로 내 인생의 나침반을 찾는데 쓰고 있다.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열정은 상당 부분이 사회적 기대나 필요에 의해 소진된 기분이 든다. 앞으로는 좀 달라지고 싶다. 설령 남들이 비웃더라도, 나는 나의 심장이 뛰게 하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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