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조대입니다.

[백일 백장] 100-20

"여보세요?"

"119 구조대입니다. 전화기 주인과 어떤 관계이시죠?"

"네?"

사고란 가장 보통의 날에 뜻밖에 찾아와, 사람의 온 마음을 뒤흔들어 버린다. 누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가슴이 따끔했다. 계속 눈물이 났다. 응급실로 가는 사이, 내 마음엔 어느새 꽤 큰 구멍이 생겼다. 허허로웠다.

그날 이후 나는 '아름다운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됐다. 사람의 목숨이 별거 같은데, 별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언제라도 영원히 헤어질 수 있으며,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함께하는 축복 또한 누구나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나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에게 다음의 두 가지를 하려고 노력한다. 첫째는 같이 식사를 하거나, 헤어지기 전 마음속으로 나직이 '평화를 빕니다'라고 외워본다. 나의 요가 수업 끝인사는 '나마스테'가 아니라 '평화를 빕니다'이다. 둘째는 내가 내일 죽더라도 이 사람에게 미안하지 않게 대해주려고 한다. 문밖을 나서는, '잘 가'라고 인사하는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더라도 후회가 되지 않도록 잘해주고 싶다.

나는 길섶에 핀 들풀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를 맞는다. 흔들리고 맞을 수밖에 없다. 피하지 못한다. 오직 내 마음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욕심이 날 때가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과 같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곤 한다. 그럴 때면 미안한 마음을 담아 힘껏 장풍을 날려본다. 한없이 부족한 나이지만, 그래도 내게도 '아름다운 인생의 마지막'이 함께 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