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상담 선생님

[백일 백장]100-28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식사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혹시 괜찮으실까요?"
"고마워요. 이번 주 토요일 12시에 강남 교보문고 건물 1층에서 만나요."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나이는 어느 정도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그녀와 나는 지난 석 달간 전화로 대화를 나눈 사이이다. 도서관 앞 무료 상담 안내문이 그녀와 나의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 그녀는 내가 대학생이라는 것만 알고, 나는 그녀의 목소리 외에는 잘 모른다. 대학생 때 내가 왜 상담을 신청했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시절의 나는 소소한 고민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했었나 보다.
그날 약속한 그곳에서 나는 그녀를 기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뒤를 돌아보던 순간이 지금도 슬로 모션처럼 머릿속에 간직되어 있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손으로는 열심히 휠체어 바퀴를 돌렸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고, 그녀는 나에게 덕담을 건넸다. 나도 감사했다고, 한편으로는 죄송했다고 내 마음을 전했다. 몸이 건강한 내가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 왠지 죄스러웠다. 나의 첫 상담 선생님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나는 나의 첫 상담이 조금은 아쉽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그때 내가 알았다면 어땠을까. 몸의 힘듦이든, 마음의 힘듦이든. 사람은 각자의 힘듦을 통해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한다는 것을 말이다. '처음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깊어질 뿐이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나를 응원해 주셨던 그분의 마음이 어쩌면 계속 나를 지켜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라도 그분을 다시 만나고, 우리가 서로 알아보게 된다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