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41
산책을 하다가 수상한 구조체를 발견했다. 우산으로 중무장했으며, 작은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오늘도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는데, 들쥐라도 튀어나올까 봐 가슴이 쿵쾅댔다. 구조체의 정체는 들고양이 집이었다. 몇 해전 아파트 단지에서 캣맘을 두고 벌어졌던 논쟁이 생각났다. 어떤 이는 집도 만들어 주고, 밥도 가져다주는데. 또 다른 이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다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치관이란 가치에 대한 관점이며, 사람이 세계나 사상 또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갖는 근본적 태도이다. 어째, 말이 좀 어렵다. Gemini에게 SOS를 쳐본다. 녀석, 꽤 괜찮은 답을 해준다. 가치관이란,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라고 한다. 사소해 보이는 선택들 뒤에 숨어있는 '마음의 나침반'같은 거라고. 내가 친애하는 국어사전보다 오늘은 Gemini의 답이 더 마음에 드는 날이다.
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Gemini에게 가치관을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을 알려달라고 해봤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라고 한다.
#질문: 언제 가장 화가 났는가.
#답: 나에 대해서 상대방이 충분한 근거도 없으면서, 마음대로 재단했을 때 가장 화가 났던 것 같다. 나도 나를 잘 몰라서 한창 탐구 중인데, 참 대단하신 분이다.
#질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딱 한 가지 조언만 해줄 수 있을 때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답: 다른 사람의 조언에 따라 살지 말고, 내가 만족하는 인생의 기준을 세워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질문: 내일 당장 통장에 천억 원이 생긴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 중 당장 그만둘 일은 무엇인가. 돈과 시간이 무한하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답: 흡사 '로또 되면 뭐 할래'같은 질문이다. 공간 이동 후 소감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한 달이든 일 년이든 살아보고, 글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 돈을 좇기보다는 나의 존재가 빛나는 일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이 기분 뭘까. 그래서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가 보다.
#질문: 내가 아끼는 사람이 삶에서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덕목은 무엇인가.
#답: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질문: 솔직히 말해서 내가 가장 질투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부러운가.
#답: 나는 세상에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부럽다. 그런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더라. 무엇인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집착이 없으면, 당당하게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질문: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읽어 줄 친구가 나를 딱 세 단어로 묘사한다면, 어떤 단어이길 바라는가.
#답: 참 무거운 질문이다. AI에게 이런 질문을 받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마음으로 아꼈던 사람에게 나는 '그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를 기억하는 세 단어는 '열정, 통찰, 사회적 기여' 이기를 바란다.
나의 문답을 다시 Gemini에게 주면서, 이 사람의 가치관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해봤다. 이 사람의 핵심 가치는 '주체적인 자아 확립'과 '내면의 진실성'이다. 본인의 만족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자 하며, 위선이나 가식을 멀리하고 본질적인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또한 이 사람은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며, 집착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를 지향한다. 요약하자면, 이 사람은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며,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열정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자취를 남기고 싶어 하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순간, 나는 소름이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