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42
좌우명이란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를 말한다. 삶을 살아가는 마음의 기준이자 등대라고 할 수 있다.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기도 책상에 이 문구를 끼워 두셨다. 오며 가며 이 문구를 자주 읽었지만, 그 무게를 알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던 것 같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이 문구가 라인홀트 니부어의 기도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의 좌우명은 무엇일까. 불현듯 중학생 때 책상 위에 붙여뒀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아마 나는 학업 스트레스가 좀 있었던 모양이다. '꼬마야, 공부보다 더한 게 인생에 많단다'라고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지만, 나는 그 시절 나의 힘듦을 존중하고 안아주기로 했다. 이후로는 특별한 문구가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2019년 나는 운명적인 문구를 만나게 된다. 바로 백상예술대상 김혜자 배우님의 수상소감이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배우님은 극 중 본인 배역의 마지막 대사를 낭독해 주셨다. 이미 드라마를 완주하고, 눈물 콧물 다 흘렸던 나였는데, 그날따라 '눈이 부시게'라는 단어가 유독 마음에 쨍하고 박혔다. 이후 나는 꽤 오랫동안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라는 문구를 마음 한켠에 두고 살아온 것 같다. 글귀 하나가 때로는 걱정 많은 내게 '괜한 걱정 하지 마'라는 따끔한 자각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현재에 몰입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나는 새로운 좌우명을 만났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오직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라.' 현루 작가님의 '스스로 빛나는 등불'의 글귀이다. 내 마음이 당겼을까, 글이 나를 찾아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