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43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Mark Granovetter) 교수는 1973년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요지는 가족, 친구와 같은 강한 연결보다 지인과 같은 피상적 관계가 사회적 자본 형성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풍수 연구가 박성준도 인생의 결정적 운은 종종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멀리 있는 사람, 가끔 스쳐가는 인연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근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느슨한 연대', '1.5세대'가 사회적 트렌드로 부각되기도 했다.
SNS를 하지 않아서 였을까, 난 사실 이 중 어느 것에도 잘 공감이 안됐다.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중간적 관계가 참 어정쩡하게 여겨졌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얼굴 없는 관계를 믿어도 될지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가끔은 관계의 부담이나 복잡함은 피하고, 함께할 때의 장점만 취하려는 태도가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요즘 좀 변한 것 같다. 예전에는 끈끈한 연대가 가장 가깝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끈끈한 연대는 소수의 신뢰로운 관계로 정제되고, 나 자신이나 느슨한 연대쪽으로 내 마음이 향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혼자지만 낯선 이와도 가끔 함께가 될 수 있는 '느슨한 연대'가 더 좋아진 것 같다.
한동안 나는 혼자이기를 자처했었다. 혼자 길을 떠나 보기도 하고, 그동안 망설였던 SNS도 시작했다. 혼자라도 상관없으니,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외롭지는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고독했고, 내 뜻이 그러했기에 편안했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보통의 날,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여행지의 낯선 대화 속에도, 일면식 없는 사이버 이웃과의 댓글에도 그 어느 곳에도 사람이 없는 곳은 없었다는 것을. 조금 느슨했을 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곳에도 결국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느슨함이 생각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