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마음

[백일 백장] 100-44

내가 꼬마였을 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항공모함 같은 엄마 힐을 신고 발견되었다는 어머니의 증언과 입술에 루주를 치덕치덕 바른 증거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대학에만 가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대학생이 되면 다 저절로 되는 거야,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어'라는 어른들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다.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때는 '내 손으로 돈을 벌어야 어른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취업을 못하면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될까 봐, 내심 두려웠다. 결혼, 특히 출산을 경험한 후로는 나는 내가 정말 어른이 된 줄 알았다. 어른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성인은 되었지만 아직 어른이 되는 중이다. 날마다 나의 마음을 점검하며, 어른의 마음을 키우고 있다. 오늘은 내가 얼마나 성숙한 어른이 되고 있는지 알아볼 겸, 중간 점검의 날을 가져보려고 한다.
먼저 전보다 나아진 부분이다. 매일 글을 쓰면서 나는 나와의 '내적 대화'를 시작했다. 나를 성찰하고, 몰랐던 나를 이해한다. 글을 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조금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면서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때때로 '내가 맞다병'이 도질까 봐, 마음에 보초병을 세워두었다. 내 마음의 경계석도 잘 정비해 두었다.
다음으로 아직은 노력 중인 부분이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나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각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에 속한다. 적어도 나는 아무 '생각 없는 애'는 아니다. 그러나 가끔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느긋해지고 싶다. 급한 성격 덕분에 그동안 나는 참 많은 걸 이루었다. 한번 머릿속에서 생각이 착착 진행되면 가끔은 손발이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성취하는 쾌감이 그렇게 무서운 거다. 또다시 쾌감이 살살 나를 유혹한다면, '천천히 살아도 안 죽는다'라고 잘 타일러 봐야겠다. 낮은 톤으로 말하고, 말의 양도 좀 줄여보려고 한다. 한번 슬쩍해봤는데, 괜찮았다. 어른이 되기 위한 내 마음속 마지막 관문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지혜롭게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건 좀 시간이 걸리긴 할 것 같다. 죽기 전에 한 번은 어른이 되어봐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