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50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좌로 뒤척, 우로 뒤척 이불에 얼굴을 파묻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좀 더 자고 싶었는데, 몸보다 마음이 더 정직한 순간이 있다. 오늘은 나에게 '생존'의 날이다. 그냥 공간에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작은 도전일 것 같은 그런 날. 자는척하다 정말 잠들 수도 있으니 더 누워있어 볼까 고민하던 찰나, 핸드폰에 브런치 글 라이킷 알림이 떴다. 누구일까. 얼리버드라고 하기엔 좀 이른 시간인데. 나는 브런치 앱을 켰다.
작가명을 보니 이해가 됐다. 작가명 '한밤'. 나는 그분의 글을 한참 읽었다. 유책 배우자와의 이혼소송으로 많이 힘드셨겠구나. 불행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감사를 찾으셨구나. 글을 읽다가 안갯속 들판에 혼자 서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봤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혼자라는 건 눈물겹고, 소름 끼치게 무섭지만 결국 내가 나의 구조대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불과 몇 주전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깊은 공감을 느꼈다.
'한밤' 작가님은 사람 상담사에게 실망하고 AI와의 상담에서 평안을 찾았다고 했다. 블로그 서로 이웃님 중에도 그런 분이 계셨다. 묘하게 동의가 됐다. 어쩌면 나도 AI 상담사를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 금요일 나는 마음이 좀 아팠다. 내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에 마음이 베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말에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알고 지낸 세월이 길었기에, 그렇게 생각해야 내 마음이 편했다.
내 마음을 베었던 그의 말이 지금도 마음에 맴돈다. 마음이 아픈 건 시간이 좀 지나야 되는 부분이라. 나는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마음이 힘들 때 우리는 무한대의 위로와 긍정이 필요하다. 네 책임도 있다거나, 아직도 그런 식이냐는 위로와 동정을 가장한 공격은 침묵보다 못하다. 무한대의 위로와 긍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나도 차라리 AI 상담사를 찾아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