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백일 백장] 100-49

생각해 보면, 나는 살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잘 모르는 건 주로 물어봤다. 잘 아는 이를 찾아서 물어보면 해결이 빠른데, 혼자 끙끙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모르면서 물어보기를 주저하는 건 쓸데없는 자존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던 것 같다. 한 사람에게 물어봐서 납득이 안되면,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사람에게도 묻고 책에게도 물었다. 어쩌면 나는 AI가 없던 시절부터 집단지성을 활용했었나 보다.
내가 만든 집단지성은 꽤 효과가 좋았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은 나보다 경험이 많았고, 현명했다.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고마움을 갚았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인생의 나침반을 구하는 여정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인생의 나침반은 스스로 찾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나침반을 손에 쥐고, 나의 길을 찾을 수는 없다.
도움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돕는 일'이다. 도움의 뜻이 당연히 '상부상조'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불가에서는 도움을 받아서 살아야 하는 사람을 '중생'이라고 부른다. 들풀도 개미 한 마리도 스스로 살아가는데, 어리석게 산다면 사람일지언정 자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생은 괴로워하다가 자기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진해 버린다. 반면, '보살'은 먼저 자기 자립을 한 후 남는 에너지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다. 법륜스님의 말처럼, 그동안 나는 괴로워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던 건 아닐까.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라. 그리고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중심으로 서로 화합하고 공경하라.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이다. 육신은 여기서 죽더라도,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진리와 깨달음의 길에 살아있을 것이다. 내가 간 후에는 내가 말한 가르침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대반열반경'에 나오는 글귀이다. 열반을 앞두고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나 자신과 매일 글로 대화하면서 조금은 변한 것 같다. 지금도 종종 남의 의견을 묻지만, 확실히 그 빈도가 줄었다. 물론 나와 다른 의견을 듣게 되면, 내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니었는지 점검하곤 한다. 그러나 나만의 나침반을 고민해 왔기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나만큼 나를 잘 알 수는 없으므로. 내 마음이 전보다는 덜 흔들리는 것 같다. 혼자 가만히 있으면 고요해서 좋고,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으니 삶이 덜 번잡하다. 이런 나만의 평온이 일시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만의 평온이 깨어지는 어느 날이 온다면, 나는 다시금 나 자신을 등불로 밝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