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51
나는 '프로 서점러'이다. 취미로 서점을 찾아다닌다. 서점에는 도서관에는 없는 다른 매력이 있다. 대형 서점도 좋고, 독립 책방도 좋다. 중고 서점도 상관없다. 대형 서점에 가면 트렌드가 보인다. 베스트셀러는 요즘 사람들의 고민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독립 책방에 가면, 보물 찾기가 가능하다. 독립 책방은 책방 주인의 안목이 아니었다면, 파묻혔을 개성파 책들의 집합소이다. 중고 서점의 백미는 절판본이다.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팔려온 책들 사이에 이제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책이 숨어있다.
오늘도 서점에 다녀왔다. 오늘은 소기의 목적이 있었다. 바로 심리학 분야 전공서적을 한눈에 살펴보는 것. 방대한 분량의 도서관과 달리 서점에는 해당 학문의 팔리는 책들이 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책장을 멀리서 사진 찍듯이 살펴본다. 맨 위부터 아래 칸까지 책 제목을 빠르게 훑어 내려간다. 궁금했던 세부 분야 책을 꺼내서 목차 위주로 차르륵 넘겨보면, 일단 성공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교양 파트의 해당 분야 서가도 슬쩍 둘러본다. 관련 자격증 수험서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다면 대단히 운이 좋은 날이다.
오늘은 운이 좋기도 나쁘기도 한 날이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서점 검색대에 키워드를 입력했다. 검색 결과는 거의 모든 페이지가 '재고 없음'이었다. 심리학 전공 책이 보는 사람만 보는 책은 맞는데, 이 정도였던가. 현타와 함께 불안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재고가 있는 책의 위치를 인쇄했다.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문의해 달라는 메시지가 덧붙여 있다.
"이 책 직원분께 문의해 달라고 해서요."
"혹시, 구매하실 건가요? 창고에 있는데 구매하신다고 하시면, 꺼내드려요."
나는 '프로 서점러'답지 않게 당황해 버렸다.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대형서점 지점이었는데, 넓고 넓은 매장에는 어떤 팔리는 책들로 채워져 있는 걸까. 결국 제일 큰 지점으로 찾아가서야,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지 관찰해 봤다.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e북이나 웹 소설을 읽고 있을지 모르지만,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얼마 전에는 버스터미널 인근 복합 쇼핑몰에 갔다가 십 분의 일 수준으로 줄어버린 서점을 보고 울컥한 적도 있다. 이러다가 정말 '서점의 종말'이 오는 거 아닐까. 기술의 발달로 쓰는 사람도 늘었고, 읽는 사람도 꾸준하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는 팔만대장경처럼 '이게 종이책이란다'하고 아이들과 박물관에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