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결심

[백일 백장] 100-1

오늘 나는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100일간 매일 글을 쓸 결심을 해본다. 결심이라는 단어에서 홍콩 누아르 영화 같은 비장미가 넘쳐흐르는 것 같다. 다소 부담도 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막상 100일간 글을 쓰는 임무를 맡게 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나는 책과강연 오픈 카톡 방에서 '백일 백장' 모집문을 보게 되었다. 홀린 듯 신청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꾸준히 글을 쓴 기억은 어린 시절 그림일기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몸도 자라고 생각도 커졌지만, 나의 글쓰기는 지식의 입증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압축적으로 쓰면 칭찬받았고, 논문은 근거를 잘 확보하면 되었다. 별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2025년 여름 축제장에서 우연히 '책 읽는 대한민국'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인증하면 선물을 받는 책 모임 프로젝트였다. 나는 소소한 선물을 받는 재미에 열심히 책을 읽었다. 다시 책을 읽다 보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은 갖고 싶다'는 버킷리스트가 마음 밖으로 툭 나왔다. 내가 무슨 작가가 되냐, 피식 웃으면서도 끝내 나는 웃지 못했다.

그 해 가을 나는 다시 내 생각을 쓰는 인간이 되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몇몇의 글을 썼다. 처음에는 자유롭게 내 생각을 쓰고 누군가 읽어 준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신이 났다. 그러나 한 편의 글 앞에서 한없이 신중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꾸준함을 이겼다. 작가는 매일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제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힘이 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의 천직은 무엇인지 탐험해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마음이 가는 내용들로 된 내 책을 한 권 갖게 된다면, 참 좋겠다.

'책 읽는 대한민국'은 주로 온라인 활동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가끔은 오프라인에서 함께 책을 읽는 책 친구, 글을 쓰는 글벗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다. 글벗들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쓰는 시간과 장소를 루틴 하게 정하면 좋을 텐데, 지금 상황의 최선은 점심 식사 후, 이동 중이라도 틈나는 대로 쓰려고 한다. 글쓰기 습관이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멋지게 이기기를, 내가 나를 스스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