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

[백일 백장] 100-60

"팔았어?"
"일단, 걸어 놨는데. 지켜봐야지 뭐."
엘리베이터에 남녀 한 쌍이 탔다. 6층에서 함께 내리는 걸 보니, 사무실 동료 사이인듯하다. 아니다. 어쩌면 주식 동지이거나 전우일지도 모르겠다. '주식 조직'의 키워드는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 험담을 하거나 전쟁으로 뒤숭숭해진 국제정세를 과하게 걱정한다면, 그 또는 그녀는 우리 편일 확률이 높다. 지하철, 식당 등 시내 곳곳에 조직원이 포진해 있다. 성별, 연령 따위는 넘어선지 오래다. 내가 가진 주식을 먼저 샀다면, 나이가 어려도 주주 선배가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들에게 나도 모르게 '성투하십쇼'라고 말할 뻔했다. 정말 오지랖이지만,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거 같아서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주식 조직'의 끈끈함이 어지간한 종교 모임보다 못하진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니 나도 '주식 조직'에 몸담은지 오래된 사람 같아 양심이 간질간질하다. 나는 병아리 주주이다. 어려서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20대 때 주식파생상품을 살짝 했다가 본전도 못 건져서 등, 여러 핑계로 아주 오랜 세월 안전한 예금, 보험만 애정했던 사람이다. 내가 보수적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나는 돈을 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투자의 귀재를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 말 다 했다.
그랬던 내가 돈을 귀하게 생각하게 됐다. 작년 가을 즈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시기에 몇몇의 경제 서적을 읽고 마음이 180도 달라졌다. 돈에 대한 생각이 바뀌니, 경제 공부를 하게 됐다. 숫자를 피해 살아온 세월이 길었기에, 해봤자 영 젬병이겠지 했는데. 의외였다. 경제 개념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다. 아직도 모르는 게 참 많지만, 경제 키워드 하나를 추적하다 보면, 세상이 하나씩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비 효과처럼, 돈의 순환을 매개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제, 어제 주가가 비트코인처럼 급락, 급등하는 걸 보면서 나는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됐다. 조막만 한 돈을 투자하면서 마음은 워런 버핏 같았다고 할까. 자다가도 내가 나를 비웃을 지경이다. 주식의 앞 모습은 돈이었는데, 뒷모습은 인생 같다. 주식을 살 때 기대에 찬 모습이 꿈을 좇을 때와 닮았다. 주가 향배에 따라 실망하기도 하고, 욕심 때문에 주저앉기도 한다. 주식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기준이 없으면 하염없이 망설이게 된다. 나는 나침반이 없으면 인생만 힘이 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식도 인생도 나만의 기준이 필요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