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59
벌써 옛날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문장을 여쭤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글쎄'하고 잠시 망설이시는 것 같더니, 이내 종이 한 장을 내게 건네주셨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참으로 멋진 문장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인생 지침을 한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다. 세상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할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이 문장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문장이 '인생의 계단을 차근차근, 성실히 밟고 올라가라'라고 내 귓전에다 대고 연방 속삭이는 것 같았다.
계단의 중간쯤 올라왔을까, 나는 아래도 보고 위도 보면서 조금 쉬는 중이다. 손에 꼭 쥐고 있던 아버지의 문장도 어디에선가 놓쳐버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놓아버렸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 없는 과정도 의미가 있습니까'하고, 나는 죄 없는 아버지에게 따져 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길었던 과정 대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 실망했다는 게 좀 더 솔직한 표현이겠다. 아버지의 문장은 나에게 '고진감래'의 보잘것없는 징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낮에 '아'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처음부터 내가 아버지의 문장을 잘못 해석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내가 필요한 부분에만 아버지의 문장을 때로는 방패로, 때로는 지팡이 삼아 의지했던 건 아닐까. 인생의 과정, 관문마다 마주치는 결과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그저 보통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나는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이 많아 피곤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깊은 사고의 끝에 최적의 결론을 찾아 '유레카'를 외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유레카'를 따라가면 생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유레카'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사람에 대한 일이다. 오늘 나는 혼자 오분이면 결정할 일을 여러 사람들과 오십 분에 걸쳐 결정했다. 어차피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상호 경청의 과정을 반복하도록 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결과는 같은데, 아무도 화내지 않았다. 정말 그랬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