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 날씨 '감탄'

[백일 백장] 100-64

지난주부터 감정코칭 수업을 듣고 있다. 상담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인의 추천으로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됐다. 설렘 반, 간장 반으로 참석한 첫 수업에서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 등 가족과 함께 감정코칭 수업을 듣고 있었다. 본인만 들으면 가족 전원이 감정코칭 수강 완료라는 수강생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깨달음의 장보다는 강도가 약한 것 같은데, 장장 5개월간 진행되는 만큼 나는 은근한 변화의 힘이 기대가 됐다.
감정코칭 수강생에게는 과제가 있다. 바로 자신의 감정을 관찰해 보는 것. 오늘부터 틈날 때마다 나는 나의 감정을 가감 없이 기록해 보기로 한다. 자, 시작해 보겠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멍했다. 밤새 잠만 잘 잤다는 좋은 징조다. 피곤했지만 담담하고 차분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세월의 때를 입은 오래된 돌담길을 산책했다. 아직 날은 추웠지만, 볕은 따사로웠다. 이방인의 눈으로 여행하듯 걸었다. 나는 감사하고, 뿌듯하고, 가뿐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 지인과 통화를 했다. 상대방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대화 내용이 나쁜 건 전혀 아니었는데, 서운하고 애통했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대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기분 전환 겸 저녁에는 전통찻집에 왔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나는 잠시 활기로워졌다. 테이블 간격이 넓지 않아 나도 모르게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게 됐다.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그걸 그렇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면 나는 뭐가 되냐고, 진짜 죽고 싶다."
"그러게."
서로 직장 동료 같았다. 그녀가 직장 생활의 고단함과 서운함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아주머니 래퍼 선발대회가 있다면 대상을 받을만한 분이셨다. 그녀의 억울함이 옆자리의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억울함이라는 게 이렇게 전파력이 강하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태도였다. 그는 조용히 들어주고 가끔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그도 오해로 인해 억울했던 부분을 토로하기를 잊지 않았다. 참으로 자연스럽게 경청하고, 그녀 혼자 떠들지 않도록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의 인품에 감탄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연대란 무엇일까. 학창 시절에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가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 사회인이 된 후로는 같은 대학을 졸업한 동문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결혼을 할 때는 내 편을 기대했지만, 그는 남의 편이기도 해서 과한 기대는 접기로 했다. 아이와는 애증이 섞인 그러나 사랑이 더 많은 꽤 강한 연결을 느꼈다. 그러나 참으로 유치하지만 지금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연대는 '함께 욕하는 관계'이다. 판단하지 않고, 나의 변호사가 된 것처럼 공감하고 전우가 되는 관계가 제일인 것 같다.
하루 동안 나의 감정 날씨는 시시각각 변화했다. 담담함, 감사함, 뿌듯함, 가뿐함, 기분 좋음, 마음이 무거움, 서운함, 애통함, 부끄러움, 활기, 감탄. 짧은 산책 동안 참으로 다양한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나를 스쳐갔구나. 그러나 오늘의 감정 날씨를 대표하는 나의 감정은 '감탄'이다. 우아했던 옆자리 신사분처럼 나도 잘 듣고 또 들어주고, 환상의 타이밍에 같이 신나게 욕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속 깊은 관계란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편이 되어 주는 간단한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