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68
"지금 기분이 어때?"
J는 입에 꿀을 바른 듯 묵묵부답이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런, 괜히 물어봤나. 아하!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나는 감정코칭에서 배운 '감정 일람표'를 J에게 보여주며, 이 중에서 골라보라고 했다. J가 머쓱하게 웃더니, '뿌듯함'과 '행복'을 골랐다. 나도 따라 웃었다. 감정은 전염력이 강하다. J는 이제부터 나의 감정코칭 실습대상이다. 물론 J는 아직 모른다.
사실 나의 감정코칭 실습 대상은 J가 처음은 아니다. '실습 대상 1호'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매일 밤 '행복일기'를 쓰며, 나의 감정을 관찰하고 있다. 그날의 운동 종류와 시간, 운동한 후의 느낌, 나의 장점 세 가지, 행복지수를 기록하면 된다. 별게 없는 나의 장점을 쥐어 짜내고 있어서 그렇지, 작성 시간은 5분 이내로 길지 않다. 만다라 차트 목표 중 하나인 '자기 전에 그날의 좋았던 일 떠올리기'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했던 반면, 행복일기는 수고 대비 효과가 좋았다.
행복지수는 -5점부터 +5점까지 1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경우에 7일 동안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던 날은 1점, 가장 높았던 날은 4점이었다. 마음이 힘든 날도 있었는데, 내 마음의 면역이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살짝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날에는 뭐가 달랐던 걸까. 잠시 그날로 돌아가 본다.
먼저 행복지수가 3점이었던 날이다. 낮에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저녁에는 요가를 했다. 그중 한 사람에게 주말에 감정코칭을 배운다고 했더니, '어울린다. 잘 맞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점잖게 '그런가요'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 마음이 춤을 췄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그전보다는 친밀해지는 경험에서 감칠맛이 났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나는 며칠간 시름시름 앓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긴장을 했나 보다. 말을 많이 해서 방전된 것 같기도 하다.
다음으로 4점으로 행복지수가 최고점을 기록했던 날을 살펴보자. 잠을 잘 못 자서 신체 에너지는 상당히 낮은 상태였는데도, 마음만은 충만했다. 그날 나는 오랜 시간 봐왔지만 그동안 마음을 나누지 못했던 가까운 이와 속 깊은 대화를 했다. 서로에게, 또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방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충전이 됐다. 그동안 글을 쓰며 꾸준히 나의 내면을 탐구해 온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1930년대 말에 입학한 268명의 삶을 72년 동안 추적하며 '행복의 조건'을 찾아 나섰다. 연구팀이 발견한 행복의 조건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었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이외에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강조한다. 참으로 그랬다. 나의 행복지수가 3점인 날에는 느슨한 관계의 사람들이, 4점인 날에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이 나와 함께였다. 이상으로 '실습 대상 1호'의 행복지수 분석 보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