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69
강점과 장점은 다르다. 강점은 남보다 우세하거나 뛰어난 점이다. 반면에 장점은 좋거나 잘하거나 긍정적인 점을 의미한다. 장점은 강점을 포괄하지만, 보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랄 만한 가치가 있는 어떤 무엇이다.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인생의 고비를 지나오며 전과 달라진 점은 없을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손이 오글거리기 시작한다. 민망함 주의보를 사전 발령한다. 대피하실 분은 지금 대피하시라. 혹여 아직 대비하지 못했다면, 주관적 관점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넓은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VIA 강점 검사(VIA Inventory of Strength) 결과, 나의 대표 강점은 '통찰, 영성, 학구열, 호기심, 친절성'이었다. 영성이 좀 낯설다. 난 특별히 종교에 몰입해 있지는 않은데. 저서 '행복일기'에서 최성애 박사는 영성은 인간에게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영성적 에너지가 충만하면 다른 사람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아량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좀 더 너그러워지고, 속 깊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영성은 회복탄력성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일주일간 나는 매일 나의 장점 3가지를 노트에 적어 보았다. 그렇게 모인 21개의 장점은 '나는 통찰력이 있다. 영성이 있다. 메타인지가 가능하다. 창의적이다. 감수성이 뛰어나다. 솔직하다. 마음먹은 것을 해내는 용기가 있다. 나를 위할 줄 안다. 꾸준하다. 상대방을 배려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빠르게 파악한다. 유연하다. 눈썰미가 있다. 결정을 잘 내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따뜻하다.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호기심이 많다'이다.
'행복일기'의 장점 목록에서 나의 장점을 모조리 체크해 봤다. 그중 힘든 일을 겪으며 내가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추려봤다. 첫 번째는 '경청하는 자세'이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이후 나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귀를 기울여 듣는 습관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시간 안에 하고 싶은 또는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 경청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나 귀 기울여 듣게 된 후로,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두 번째는 '영성'이다. 비슷한 맥락의 장점 목록은 '이해심이 높다. 남을 깊이 이해한다. 수용력이 있다. 원만하다. 위로해 준다'이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겸손한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세계가 더 깊어졌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삶을 바라보게 됐다. 물론 내면의 상처를 바라볼 때는 요즘도 마음이 복잡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보통의 하루에 나는 안락하고 여유롭다. 나는 글을 쓰며 편하게 이완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세 번째는 '경각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보고 듣는 모습대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조심성이 많아졌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이면을 살피게 됐다. 내가 사정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선입견이 사라졌다. 모든 사람은 그럴만한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다만, 사정이 있다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특별한 연유가 없다면, 나는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너그럽게 상대방을 바라본다. 그러나 쉽게 마음을 주거나 믿지는 않는다.
마지막은 '베푸는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눔 계좌에 천 원을 이체한다. 어느 정도 금액이 모이면, 기부처를 찾아 기부하는 패턴이다. 소소한 금액이지만 꾸준하게 하기까지 마음이 간사해지는 날들이 많았다. 나눔에 인색한 내 모습에 실망도 했더랬다. 그래도 전보다 금액이 늘었고, 매일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을 인정해 주고 싶다. 앞으로 내 마음의 그릇이 더 커진다면, 더 베풀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의 고비를 겪으면서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의 장점도 타율적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비행으로 치면 비상착륙에 가까운 것 같다. 아직도 엔진룸에는 연기가 자욱하다. 앞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막막할 때도 있다. 아무래도 다시 날아오르려면 한동안 수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연착륙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장점의 일부만 장착하거나, 지금보다 많은 시일이 걸렸겠지. 비록 비상착륙이지만 나는 생존자이다. 그것도 생각보다 선물을 많이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