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

[백일 백장] 100-85

사람이 걷는 일, 두 발을 번갈아 옮겨 놓는 동작을 '걸음'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걸음걸이'가 있다. 걸음걸이는 걸음을 걷는 겉모습을 의미한다. 우리는 대부분 매일 걷지만, 사실 걸음걸이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총총대며 빠르게 걷는가 하면, 다른 이는 팔자걸음으로 느리게 걷기도 한다. 보폭도 속도도 걷는 모양도 똑같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한 걸음걸이는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일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자이거나 젊은 사람은 빠르게, 여자 또는 나이 든 사람은 느리게 걷는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렵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관찰해도 하루가 금세 지나갈 만큼, 그 양상이 다채롭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걸음걸이가 가장 빠른 사람은 나의 아버지이다. 그는 경보 선수가 온다고 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동작과 속도를 두루 갖췄다. 지하철을 탈 때 가장 환승이 빠른 위치를 찾아 대기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함께 길을 걸을 때, 속도를 맞추려면 어린 시절의 나는 발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때는 '아버지는 원래 걸음이 빠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었지 싶다. 아버지는 평생 공항 등지에서 일하셨다. 공항은 시간에 꽤 예민한 공간이다. 그곳에서의 40여 년은 걸음걸이도 바꿔놓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아버지의 걸음걸이는 여전하다. 그리고 걸음이 빠른 만큼 성격도 상당히 급하신 편이다.
어려서부터 단련이 돼서 그런지, 나는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쏙 빼닮았다. 공항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에 예민한 직업도 아닌데. 오빠와 동생을 제치고, 나는 아버지의 걸음걸이 수제자가 되었다. 게다가 나는 발뒤꿈치를 찍으며 쿵쿵거리며 걷기까지 한다. 사람들 말로는 내가 멀리서 뛰는 듯 걸어서 오면 복도가 흔들린다나 뭐라나. 암튼 빠르게 걸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지금도 나는 꽤 빠르게 걸을 자신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나는 걸음걸이를 바꿨다. 발뒤꿈치부터 땅에 닫은 뒤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 밀어내듯 걸어본다. 쿵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예전만큼 빠르게 걸을 수가 없다. 혼자만의 느낌이겠지만, 무용을 하듯 사뿐사뿐 걷는 느낌이라 민망한 순간도 종종 있었다. 덧붙여 심장 집중 호흡도 연습해 본다. 맑고 신선한 산소가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며 3~5초 간격으로 평소보다 천천히 고르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 성공이다. 고작 걸음걸이가 달라졌을 뿐인데, 나는 왠지 조금은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다. 심장 집중 호흡은 깜빡하기 일쑤이긴 하지만,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져 좋았다. "아부지,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습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