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100-86
"작성하신 리뷰의 조회 수가 천회를 돌파했습니다."
순간 나는 덜컥 걱정이 됐다. 내가 뭘 쓰긴 썼는가 본데, 영 기억이 안 났다. 요즘 유행하는 신종 보이스 피싱 수법 같기도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 알림 창을 눌렀다. '아, 이거였구나.' 속으로 옅은 탄식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식탐이었다. 나는 피곤하면 고기를 먹는 편이다.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아프더라도 덜 아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그날도 꽤 피곤했다. 나는 꼭 '조만간 아픔'을 예약한 사람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고기도 못 먹고, 이대로 아픔을 당할 수는 없었다. 나는 옷도 대충 걸쳐 입은 채, 평소에 찜해두었던 작은 식당으로 돌진했다.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많고, 가성비 메뉴 조합도 괜찮은 곳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으흐흐.' 원초적으로 보일까 봐 그동안 아닌 척 외면해 왔지만, 사실 나는 음식 나오기 전이 정말 설렌다. 혹시 '고독한 미식가'의 여자 버전이 나온다면, 나는 주인공 후보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새 설렘은 사라지고 지루함이 찾아왔다. 별로 길지도 않은 시간일 텐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그제야 옆에 앉은 손님도 보이고, 안내문도 눈에 들어왔다. 스테이크 맛있게 먹는 법, 리뷰 작성 이벤트 등등등. 마침 리뷰를 쓰면 무료로 콜라 한 캔을 주는 이벤트 기간이었다. 식탐이 최대치에 올랐는지, 즐겨먹지 않던 콜라도 오늘은 왠지 마셔야 될 것만 같다.
'고기가 나오면, 재빨리 리뷰를 쓰고 콜라랑 같이 먹어야겠다'라고 쓸데없는 계획도 세웠다. 제법 완벽하다고 자만하는 순간, 나는 그만 긴장한 나머지 철판 위 스테이크에 물을 쏟고 말았다.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훅하니 피어올랐다. 내 옆자리까지 연기가 자욱했다. 민망함에 얼굴이 상기된 나는 리뷰를 위한 연출인 양 뻔뻔하게 동영상을 찍었다. 조회 수 1,129회의 스테이크 먹방 리뷰는 그렇게 탄생했다.
오래전부터 나는 목표가 이루어지는 삶이 최고이자 최선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과녁의 정중앙에 화살이 꽂혀야 높은 점수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도 어딘가에서 인생은 표류할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나 가볍게 행한 일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때때로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실수로 경로에서 벗어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라. 그 끝이 어떨지는 당신도 나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