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백장] 100-87
감사 기도문은 일용할 양식에 대하여 감사함을 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불가에서는 발우 공양을 한다. 발우 공양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와 공덕을 되새기며, 밥을 먹는 것이다. 감사 기도를 하거나, 감사일기를 쓰거나. 감사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강조되는 그 무엇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마음 챙김은 감사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시시각각 변하는 나의 감정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오늘은 '감사'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감사란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다. 그리고 고마움은 도움을 받거나 은혜를 입어 마음에서 차오르는 흐뭇하고 벅찬 감정을 일컫는다. 은혜나 은총이라고 하면 너무 거룩한 것 같고, 암튼 뭔가 도움을 받았던 경우가 감사에 해당되겠다. 글을 쓸 요량으로 아침부터 나는 하루 종일 감사한 순간을 생각하고, 메모도 해보았다. 그런데 쥐어짜낸 감사라서 그런지 매우 곱하기 두 번 정도 시시콜콜하다. 먼저 쥐어짜도 없을 수도 있는데, 몇 가지라도 생각해 낸 나 스스로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해 본다.
아침에 무사히 눈을 떴다. 앞도 보이고, 코도 안 막혔고, 팔과 다리가 모두 정상 작동했다.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났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디스크가 심하면 아침에 눈은 떴는데, 몸이 통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핸드폰이 보이는데 가지러 갈 수가 없어서, 119도 못 부르고 발견될 때까지 누워있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아프면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던데, 아프지 않고도 깨달았으니 병원비와 약 값이 굳은 것 같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눈치게임의 장이 된다. 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치열한 눈치게임이 펼쳐진다. 나는 딱 두 가지를 본다. 바로 깨어있는지와 초조한 표정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푹 자고 있다면, 그날은 마음을 비우는 게 좋다. 경험칙이지만 어디에서 내릴지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오래갈 사람이 숙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표정은 다들 핸드폰을 보고 있어서 사실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앉아서 출근했다. '할렐루야.'
요가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처음 요가를 하던 날, 나는 동작이 낯설어 제대로 따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초짜 딱지를 떼면서 나는 점점 아둥바둥하게 됐다. 그래도 몇 달 했는데 다른 사람이 하는 건 나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어떤 날은 분명 운동을 하고 왔는데, 영락없는 파스 신세가 되곤 했다. 오늘은 따라 할 수 있는 건 하고, 애매한 건 노력하고, 안되겠는 건 포기하고 쉬었다. 니부어의 기도문처럼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지니게 된 것 같다. 너무 애쓰지 않는 내 모습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