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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Sep 14. 2018

여유로운 사람들 속, 홀로; 라곰(Lagom)을 배우다

적당함의 미학- 우리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아요.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요.

북유럽 여행을 와서도 나는 여유로운 사람들 속에서 이상하게 계속 무언가에 쫓기듯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다. 왜 나는 쉬러 와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일까?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트렁크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고, 길을 잃는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생기면서 나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자꾸 신경 쓰여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 외에도 나는 급할 이유가 없는 데에도 깜빡이는 신호등에 습관처럼 뛰어가곤 하는 나를 발견했다. 당장 급한 것도 없는데,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할 이유도 없는데 나는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나는 늘 쫓기듯 무언가를 해야 했고, 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함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뒤쳐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초조해했다. 원래는 경쟁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무언가 경쟁해야 한다고 하면 생각만으로도 진이 빠져서 즐길 수 있는 것도 즐기지 못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의 마음을 짓눌러서 그냥 즐겁게 하면 되는 것을 잘하지 못할까 봐 그냥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싫어진 것이다.


하지만 애당초 사람들은 똑같은 게 아니고, 다들 꽃처럼 피어나는 때가 다른 법인데 획일적으로 재단하는 삶을 살면서 자꾸만 ‘이게 정답인가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스웨덴에는 ‘라곰 Lagom’이라는 말이 있다. ‘적당함’이라는 뜻이다. 아주 우수하거나 뛰어나지 않아도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 절제의 정신이라고도 표현하지만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에 만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경쟁하며 일등을 가려내는 엘리트 교육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만 가장 뛰어나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 평범하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교육에서 개인의 부담이 줄어든 여유가 느껴진다. 그들은 그렇게 여유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이 정도면 딱 괜찮아.' 덕분에 그들의 삶에서는 생활태도에서 안달복달하지 않는 여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정신은 그 사회의 기틀이 되어 제도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언젠가 열심히 하던 것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서 굉장히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너무 기운이 빠져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뭘 해도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도서관에서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라는 책을 봤다.

노오력을 해도 될까 말까 한 판에 이게 뭔 소리인가 하고 읽어보니 저자는 오히려 노력을 너무 열심히 하면 지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누가 말했듯이 인생은 마라톤이다. 스퍼트가 필요한 때도 있지만 항상 전력질주를 할 수 없다. 그러면 금방 지쳐서 완주도 못하고 일찌감치 나가떨어져 버리기 일쑤다.  가끔은 길게 보는 시야로 힘을 빼고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할 필요도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고, 조금 느려도 틀린 게 아니라고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꼭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괴로울 정도로 지나치게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우리는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줬으면 좋겠다.


인구가 천만 명인 스웨덴에 비해서 그 5배에 달하는 5천만이라는 점에서 스웨덴과 한국에서 경쟁 정도의 차이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경쟁을 통해서 한국은 빠른 발전을 이루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뛰어난 사람들이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미 그 자체로도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다. 조금 쉬어가도,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 1등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공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믿어주고 힘을 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가끔은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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