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소음 속에서 살았다. 일상 속 외부 환경에서도 머릿속에서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안 좋은 일들과 듣고 싶지 않은 시끄러운 소리를 매일 마주했다. 몸서리가 쳐졌다. 제발 조용한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그러다 찾아오는 적막한 시간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출근길 지하철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온 사람들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 비좁은 공간에서도 그저 조그마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무엇을 그렇게 보고 있는 걸까.
또,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조그마한 5평짜리 집이 그랬다. 누구 하나 나를 기다리거나 반겨주는 사람은 없다. 불을 켜고 들어가면 아침에 나왔던 그대로 방은 고요하다. 집이라고 하기 민망한 좁은 방에 혼자 들어가 몸을 누일 때면 늘 음악을 틀어 놨다. 딱히 취향은 없다. 아무리 좋아하던 노래도 이내 곧 물려버린다. 어느 노래든 흘러나오는 대로 듣고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내 곧 외로움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야 말았다. 반복되는 일상 속 혼자인 시간이 되면 또 핸드폰을 손에 쥐고 세상의 사건·사고, 다른 사람들의 일상, 의미 없는 정보들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참 무료하다. 하지만 딱히 뭔가를 할 의욕은 없다. 쉬고 싶다.
몇 년이 지날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면 나는 그 어색함을 깨기 위해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소리에 전원을 켜둔다. 그러다 어느 날은 나를 자극하는 모든 것들에 염증을 느껴 어떤 음악도 듣고 싶지 않았다. 바깥으로 나가 자연 가까이 갔다. 그저 걸었다. 목적지는 없다. 평일 낮 세 시쯤의 산책로는 한산하다. 주인과 산책 나온 강아지, 혼자 천천히 걷고 계신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종종 찾아오던 침묵의 시간이었는데, 보이는 풍경이 달랐다. 초록 잎부터 노란 잎, 빨간 잎, 이미 이파리가 모두 떨어진 가지까지. 건물에 가려진 적 없는 탁 트인 풍경은 언제 봤었더라.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리를 언제 봤었더라. 차가 거의 다니지 않고 경적이 울리지 않는 거리는 얼마 만인지. 한낮의 햇볕을 시간 정해두지 않고 누린 적은 언제였는지. 귀에 무언가를 꽂고 무언가를 듣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미 마음은 평화로웠다.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난다. 깨달았다. 내가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잃어버렸던 것을 불현듯 찾은 기분이었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 감각을 깨워 생생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