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그림을 하루이틀 계속 미루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어느 날이었다. 공주 여행 중 우연히 들린 독립서점에서 ‘무엇이든 쓰게 된다’라는 책을 발견하고는 바로 구매해 버렸다. 정말 무엇이든 쓰고, 그리고 싶어서.
또, 그 시기쯤 좋아하는 이승희 작가님의 세바시 강연도 듣게 됐다. 기록에 관한 강연이었는데, 그냥 막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고 한다. 잘하려고 하면 숙제처럼 느껴져 계속 안 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냥 ‘막’ 한다는 생각으로 작게라도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책을 함께 읽는 모임도 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흘러 흘러 내가 가진 (보수적인) 직업 속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말하게 되었다. 며칠이 지난 뒤 선생님이 고민해 봤다며 말씀해 주신 것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미루지 않고 바로 해보는 것에 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미루면 쌓여서 머리가 무거워지고 경직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해야 할 일이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장이든, 일할 때는 스케쥴러에 작은 것도 하나씩 적어두고 지워나간다. 꾸준히 해봐야겠다. 한 달 정도 해보니 내가 뭔가를 안 하고 있다는 불안함에서 조금 해방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이런 말씀도 해주셨다.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외에도 무엇이 됐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고. 나도 인지했던 부분을 타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한층 더 무겁고 객관적으로 다가왔고,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접하는 모임, 강의,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를 모아보니 글쓰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는 매일 꾸준히 일정한 시간에,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남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